재개 가능성 속 관련 국간 기싸움 전망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방중 이후 북핵 6자회담의 흐름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관심사로 부상했다.

일단 북한이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의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함으로써 정체상태인 6자회담 재개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30일 김 위원장이 지난 27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긴밀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6자회담을 재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6자회담과 관련한 김 위원장의 과거 태도에서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방중 당시에는 "유관 당사국과 함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한바 있다.

북한이 6자회담을 강하게 희망하는 것은 최근 식량난 등으로 위기가 커진데다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를 공고화하려면 대.내외적인 안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행보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는 지난 16∼18일 북한을 방문한데 이어 한국, 일본, 미국 등 6자회담 관련국들을 차례로 순방하면서 6자회담 재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우다웨이 대표는 관련국들에게 북미 접촉 → 6자 예비회담 → 6자 본회담으로 이어지는 방안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양국의 움직임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대북 제재기조에서 대화 국면으로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6자회담 재개가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한국과 미국은 최근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다소 유연성을 보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천안함 제재국면'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5일 6자회담 재개에 앞서 ▲핵 시설 불능화 조치 재개 ▲강체추방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도 최근 6자회담 재개 여건과 관련, "회동이 생산적일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줄 북한의 행동이 있어야만 한다"고 말한바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싸고 한국, 미국과 중국, 북한은 첨예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는다면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는 반면, 북한과 중국은 빨리 예비회담에 착수하자고 주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장 9월에 서해상에서 한국과 미국의 연합 대잠훈련이 실시되고 미국의 추가적인 대북 제재조치가 발표되는 상황에 북한이 반발수위를 어느 정도로 조절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6자회담 관련국들이 모두 모이는 내달 중.하순의 유엔 총회가 6자회담의 향배를 가늠할 분수령이라는 전망이 있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유엔 총회 기간에 6자회담 파트너 국가들과 직접적인 접촉을 갖고 북한과 추가적인 대화가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6자회담이 재개되기보다는 관련국들이 어느 정도 `밀고당기기'를 거친 뒤에야 전체적인 밑그림이 드러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