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원가연동제를 도입하고 대기업 · 중기업 · 소기업 노사로 구성된 '3+3협의체' 같은 대화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정광호 한국노총 법률원장)

"하도급법 위반 사업자를 대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중소기업의 교섭력 강화를 위한 합리적 카르텔을 허용해야 한다. "(유길상 중소기업중앙회 팀장)

"대기업이 납품과정에서 중소기업을 착취해 이익을 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영업이익률 격차는 10년 전부터 줄어들고 있다. 납품단가를 후려쳤다면 이익률 격차가 줄어들었겠는가. "(황인학 전경련 산업본부장)

서울 여의도 유진투자증권 대회의실에서 26일 열린 '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 토론회'에서 나온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대 · 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와 불공정 거래관행 근절을 위해 관련 기업 노사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자는 것.

◆"원자재값 사전예고제 도입하자"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와 경총,한국노총 등이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대다수 토론자들은 대기업이 많은 이익을 내고 있지만 원자재값 상승,납품단가 인하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까지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정광호 한국노총 법률원장은 "원자재값이 올랐는데도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은 게 양극화의 주요 원인"이라며 "표준하도급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납품단가 원가연동제,원자재가격 사전 예고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원장은 '3+3협의체'도 제안했다. 대기업과 중기업 노사,소기업 노사가 모여 불공정 거래가 심한 업종 위주로 상생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불합리한 단가인하 압력을 지적했다. 그는 "하도급 계약서 문서화를 법적으로 명문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 거래나 대규모 사업체는 표준계약서 사용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독점적 고발권을 제3기구로 옮기고 업종별 협력기구와 기금을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 · 중소기업 간 근로조건 양극화가 중소기업 기능인력의 고령화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류길상 중소기업중앙회 기업협력팀장은 "기계조작 · 장치 · 조립 등 중소기업 기능인력의 평균 연령이 1994년 35.1세에서 2008년 39.9세로 높아져 기술력을 승계하기가 쉽지 않아졌다"며 "하도급 대금 부당감액 입증 책임을 수급업자에서 원사업자로 바꾸고 중소기업의 교섭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합리적 카르텔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 "협력사 간 불공정 거래가 문제"

반면 전경련 등에서 나온 일부 토론자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해 큰 이익을 본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황인학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대 · 중소기업 간 영업이익률은 2000년대 중반부터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며 "대기업이 거둔 이익을 납품단가 후려치기의 결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만 해도 2분기 완제품부문 영업이익률이 4%(전체 영업이익률 13%)로 애플(27%),IBM(26%),인텔(37%) 등 경쟁사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납품단가에 대해서는 "일본처럼 하도급법의 적용 대상을 모든 기업으로 확대하는 등 정부의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중소기업의 자구 노력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너무 많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생존하고 있는 것이 중소기업의 현실"이라며 "중소기업도 시장 경쟁을 통해 중견기업,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식으로 적극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