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에서 공사채와 회사채의 수익률 역전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건전성 논란으로 공사채들이 외면 당하는 반면 우량 회사채는 공사채보다 신용도가 더 높게 평가되면서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이 26일 발행한 2년 만기 회사채의 발행수익률은 연 6.10%로,지난 3월 연 6.80%에 비해 0.70%포인트 낮아졌다. 지난 24일 회사채를 발행한 기아차는 최종 발행수익률이 연 4.27%로,17일 신고서를 제출할 당시보다 일주일 사이 0.12%포인트 하락했다. 발행수익률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수익률이 큰 폭으로 하락한 덕분이다.

김종우 대우증권 신디케이트부장은 "금융위기 이후 신용위험이 미리 반영된 유통수익률(민간평가사 평균 수익률)이 회사채 발행수익률을 결정하는 기준이 됐지만 올해는 국고채에 기업 신용에 따른 가산금리만 더한 수준에서 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신용위험이 줄고 기관투자가들의 수요가 늘면서 발행시장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수요 부족으로 27일 발행될 토지수익연계채권의 국고채 대비 가산금리를 당초 계획했던 0.10%포인트에서 0.35%포인트로 상향 조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하정 SK증권 연구원은 "가산금리의 기준이 되는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의 수익률 격차)가 이달 들어 가파르게 하락하는 것과 달리,공사채 신용 스프레드는 별 변동이 없다"며 "일부 공사채는 재무상태에 따라 오히려 스프레드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달 말 0.84%포인트였던 'AA' 등급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는 이달 들어 0.76%포인트로 하락했지만 공사채 스프레드는 1.03%포인트에서 1.01%포인트로 하락폭이 미미했다. 같은 기간 우량등급 중 가장 낮은 'A-'급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도 1.55%포인트에서 1.46%포인트로 급락하면서 공사채와의 스프레드 격차가 줄었다. 이 연구원은 "공사채와 하위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 격차가 줄었다는 것은 시장에서 그만큼 회사채보다 공사채의 신용위험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회사채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점도 스프레드 급락의 배경이다. 오상우 동부증권 채권운용팀 차장은 "국고채 가격이 비싸지니까(수익률 하락) 기관들이 절대금리를 쫓아 회사채 투자풀을 늘리고 있다"며 "예전엔 'AA'급 이상에만 투자하던 자산운용사들이 'A'급 회사채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자금사정이 호전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줄여 우량 회사채는 품귀 현상마저 빚고 있다는 설명이다.

채권발행을 주관하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그간 공사채 발행이 크게 늘면서 운용사들이 투자비중을 모두 채운 터라 추가로 나오는 물량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실정"이라며 "수급 불균형에다 지자체 재정난 우려까지 겹쳐 정부가 보증하는 공사채의 투자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