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햄버거 체인점인 버거킹의 맥도날드 따라잡기 전략이 위기에 직면했다. 1위인 맥도날드와의 격차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벌어졌기 때문이다. 버거킹은 체인점 확장 등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해 1위를 차지하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맥도날드의 아성을 넘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로이터통신은 24일 "버거킹이 맥도날드,웬디스 등 다른 경쟁 업체에 비해 경기침체의 충격을 더 크게 받았다"며 "경기 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내년에도 어려운 시기를 겪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4분기 순이익 17% 줄어

버거킹은 이날 회계연도 기준 4분기(4~6월) 순익이 4900만달러(약 59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고 밝혔다. 매출도 1% 줄어든 6억2300만달러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햄버거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반면 맥도날드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맥도날드는 같은 기간 전년 동기보다 12% 늘어난 12억3000만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매출도 59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 증가했다. 2위인 버거킹보다 순익은 20배,매출은 10배 이상 앞선 것이다. 금융위기 이전엔 두 업체 간 매출 차이가 5배에 불과했지만 2년 만에 10배로 불어났다.

로이터통신은 1,2위 업체 간 성과가 엇갈리는 주요 원인이 타깃 소비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버거킹의 최대 고객은 10~30세의 남성이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실업률이 높아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소비자들이다.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이 9.5%인 데 비해 16~24세 연령층에서는 절반이 일자리가 없다. 버거킹 주소비층의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맥도날드 소비층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고루 분산돼 있어 청년층의 고실업률 영향을 덜 받았다.

◆맥도날드의 아성을 넘기엔 역부족

버거킹은 맥도날드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존 치드시 버거킹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내년에 북미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 최대 275개의 매장을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초 모스크바에 러시아 1호점을 연 게 대표적이다. 주력 상품인 와퍼 햄버거를 업그레이드한 프리미엄 제품들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버거킹의 노력에도 맥도날드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햄버거뿐만 아니라 커피와 브런치 세트 등 다양한 메뉴 포트폴리오를 선보이는 맥도날드와 달리 햄버거에만 주력하는 버거킹의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햄버거의 주원료인 쇠고기와 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도 버거킹에는 부담이다. 올초 미 동부지역의 한파로 쇠고기 가격이 크게 오른 데 이어 최근 러시아 가뭄 여파로 밀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햄버거에만 주력하는 버거킹의 손실이 제품이 다양한 맥도날드에 비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