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특급 신인' 유창식이 물려받을 듯

`아름다운 은퇴' 선택한 한화 이글스의 베테랑 좌완 투수 구대성(41)이 자신의 등번호 15번을 후배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구대성은 22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 후 "영구결번은 구단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만 후배가 내 번호를 쓰고 싶다면 물려주고 싶다.

후배가 내 번호를 달고 잘한다면 나도 유명해지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난 1993년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구대성은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뛴 4년과 미국프로야구 뉴욕 메츠에 진출했던 2005년을 제외하고 전체 18시즌 가운데 13시즌을 한화에서만 뛰었다.

1996년 18승3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1.88로 맹활약하면서 그해 다승과 구원, 방어율 등 투수 3관왕에 오르며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그는 1999년 한화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앞장섰다.

통산 성적은 568경기에서 67승71패 214세이브, 평균자책점 2.85.
이미 한화에서 영구 결번이 된 장종훈(35번)과 정민철(23번), 송진우(21번) 등 세 명보다 크게 뒤지지 않는 기여도다.

구대성은 국내에서 은퇴하고 오는 11월 출범하는 호주 프로야구의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2년 동안 선수 생활을 연장할 계획이다.

선수 시절 `특급 좌완'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올해 생애 두 번째 투수 `트리플 크라운'(다승.탈삼진.방어율)을 노리는 `괴물' 류현진에게 명품 체인지업을 전수했다.

그는 "류현진이 체인지업을 가르쳐달라고 애원해 송진우 선배에게 배우라고 했더니 귀찮게 할 정도로 따라다녀 지도해줬다.

현진이는 기술 습득이 뛰어나 `류현진표 체인지업'을 만들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에게 체인지업을 전수해줬던 구대성은 이제 자신의 등번호를 까마득한 후배에게 넘길 생각이다.

구대성의 등번호는 2011년 신인 드래프트 때 전체 1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은 `대형 신인' 투수 유창식(18.광주일고)이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2년 KIA는 영구결번이었던 `국보급 투수' 선동열 삼성 감독의 등번호(18번)를 그해 입단한 특급 신인 투수 김진우에게 넘겨주려다가 주위의 반대 여론 때문에 환원했던 적이 있지만 구대성의 등번호가 후배에게 이어진다면 좋은 선례가 될 전망이다.

유창식은 지난 3월 황금사자기 때 30이닝을 던지면서 3승에 평균자책점 0의 완벽투를 보여줘 송진우-구대성-류현진에 이은 한화 `좌완 계보'의 차세대 주자다.

구대성은 "유창식이 던지는 걸 직접 보지 못했다.

하지만 후배가 내 등번호를 달고 잘 던진다면 내게는 보람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