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 기간이 끝났는데도 입주를 미룬 채 잔금을 내지 않고 있는 계약자들에게 건설사가 잔금납부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낮은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잔금 납부를 늦춰주거나 인테리어 공사비 등을 지원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소송이어서 주목된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LIG건설은 충남 당진군 신평면에 지어진 '당진리가'를 분양받고도 아직 입주하지 않은 200여세대 중 27세대를 상대로 잔금 납부를 이행하라는 민사 소송을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전용 85~124㎡ 총 593채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지난 3월31일부터 5월30일까지 입주를 마쳤다. 입주기간 중 아파트 분양을 받은 488세대 중 280여세대가 잔금을 치르고 입주했다. 나머지 200여세대는 입주를 미루며 잔금을 내지 않고 있다.

시행사인 동해DAC로부터 시행권을 넘겨받은 LIG건설은 이에 따라 미입주자 27명을 상대로 "중도금과 잔금,연체료를 지급하고 모두 갚을 때까지 연이율 20%를 적용해 이자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미입주자들이 갚아야 하는 금액은 5800만~1억900만원이다.

LIG건설은 소장을 통해 손해배상청구 등을 따로 요구하지 않아 계약 이행을 독촉하는 수준이라고 건설업계는 설명했다. 그러나 입주자를 늘리기 위해 잔금 납부 유예,분양가 할인,발코니 확장 등 각종 혜택을 주는 최근 흐름에 비춰 소송 제기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LIG건설은 공사비를 회수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시행사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해 시행권을 떠안은 상황"이라며 "강제 집행이 아니라 입주를 재촉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입주자 대상으로 소송을 냈지만 세입자를 알선하는 등 각종 혜택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7명만 소송을 낸 데 대해선 "잔금을 낼 여력이 있는 계약자 중심으로 대상자를 선택했기 때문"이라며 "상황이 장기화하면 나머지 미납자들도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송을 당한 미입주자들은 변호사 공동 선임 등을 통해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는 대규모 입주로 미입주자가 많은 용인,동탄,파주 등에서도 잔금 납부 소송이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