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상생해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계속된 질책에 기업들이 앞다퉈 상생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취지는 좋지만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이승필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종서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장(지난 16일) "1차는 물론 2, 3차 협력사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1조 원 규모의 협력사 지원펀드를 조성하겠습니다." 이영규 현대기아차 홍보실 이사(지난 10일) "현대차그룹은 2, 3차 협력사들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원자재 조달체계 구축은 물론 해외 동반진출 확대, 연구개발 분야 협력 등 상생경영을 적극 실천함으로써..." 삼성과 현대차 등 대기업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상생방안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에 소홀하고 있다고 질타한 직후부터입니다. 아무래도 떠밀리듯 하다 보니 잡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 분야에서 모범사례로 꼽히는 포스코마저 일방적인 분위기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대기업 (입장)에서도 혹시 공정한 면에서 미흡한 점이 있는가 그런 애로사항도 들어주셔서 대중소기업 모두가 공정한 룰이 시행됐으면..." 불만스럽기는 중소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작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보여주기식 상생협력이란 반응입니다. 대기업 협력사 관계자 "별다른 내용 없어요. 품질 얘기하고 30분 내외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끝나고 나면 사진찍기... 그냥 사진 찍고 대기업에 올려주는 거죠. 이렇게 상생했다고 하고..." 하지만 무엇보다 서둘러 내놓은 설익은 대책으로 시장질서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습니다. 대기업은 하나같이 기술개발에서부터 자금조달에 이르기까지 협력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 협력사와 경쟁하는 다른 회사 입장에선 부당한 특혜로 비쳐질 수 있습니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상생협력연구회 회장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가 네 개나 세 개나 다섯 개라고 생각해 봅시다. 만약 그 가운데 대기업이 어떤 한 기업을 편애한다고 하면 그건 공정거래에 걸리겠죠." 납품단가 인상분을 2, 3차 협력사까지 보장해주겠다는 것도 논란거리입니다. 대기업이 1차 협력사와 계약을 맺을 때 납품단가를 인상하면 1차 협력사도 2, 3차 협력사에 반영하도록 약관에 명시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건데 협력사끼리 결정할 사안에 직접 개입하는 셈이어서 위법의 소지가 큽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 "1차 협력사 입장에서 보면 자기 사업활동의 자유를 제약당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조건부로 내세우는 것은 독점규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속조건부 거래라고 해서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중소기업 가운데 대기업 협력사라 할 만한 근로자 50인 이상의 중기업과 대기업의 수를 다 합쳐도 전체의 4%에 미치지 못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간 거래관행을 바꿔 국민의 체감경기를 개선하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쏟아지는 상생방안 만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습니다. WOW-TV NEWS 이승필입니다. 이승필기자 sple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