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최근 곡물가격 급등으로 미국 농산물 수출이 늘고 있고,이에 따라 카길 등 대형 곡물 트레이더들의 이익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과 아시아 남미 등 지구촌 기상이변으로 미국이 곡물 수출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보면서 수출 거래를 전담하는 대형 농산물 회사들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곡물거래 컨설팅 업체인 애그리소스의 댄 베이스 사장은 "미국이 세계에서 유일한 밀 공급지가 되고 있다"며 "내년 6월까지 미국산 밀과 옥수수 콩의 수출 물량이 전년 대비 15% 이상 늘어난 50억부셸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미국산 곡물 수출이 활기를 띠면서 미국의 카길,아처대니얼스미드랜드,번지,그리고 프랑스의 루이드레퓌스 등 '빅4' 곡물거래 기업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가뭄의 최대 수혜 기업이 되고 있다. 2007~2008년 곡물 파동 당시 아처대니얼스미드랜드의 분기별 순이익이 4억~5억달러에 달해 과거 평균치 1억7800만달러에 비해 크게 늘어났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 곡물거래 업체들의 순이익 증가는 단순한 곡물가격 인상에 기인한 게 아니라 헤지 거래 등 비상 거래에 따른 수익도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 러시아산 밀의 최대 수입처인 이집트는 9월부터 카길을 통해 미국산 밀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크리스천 맥글런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정보력이 뛰어난 대형 곡물 트레이더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