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글로벌 경기의 둔화 여부에 대한 논란 만큼이나 시장에서 유동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국내 증시는 유동성 장세로 여겨져왔다. 코스피 지수는 유동성으로 1800은 물론 2000대도 가능하다고 전망하던 때였다.

그렇지만 경기둔화 우려가 불거지고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기 시작하면서 코스피 지수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닷새째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선물시장에서 모처럼 순매수를 나타내고 있지만 이 또한 지속될지 의문이다.

유동성(liquidity)은 자산을 필요한 시기에 손실 없이 화폐로 바꿀 수 있는 안전성의 정도를 일컫는다. 다시말해 바로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도인 것이다. 이러한 유동성이 채권 등의 '안전자산'으로 흘러간다면 주식시장에는 부정적일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긍정적인 셈이다.

우선 시중에서 유동성은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총통화(M2) 증가율은 지난 3월 저점으로 4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화폐의 유통속도를 측정하는 통화승수는 역사적 저점에서 반등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안전자산으로 이동 '징후'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동성이 경기에 선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이는 유동성의 증가가 민간신용 창출에 힘입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상업은행의 대출현황을 살펴보면, 부동산 대출은 여전히 부진하다. 그렇지만 기업 대출과 소비자 대출을 중심으로 턴 어라운드하고 있어, 이는 고용시장의 개선과 민간 소비지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풍부한 유동성이 어디로 가는지가 관건이다. 코스피 지수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도 유동성은 최근과 같이 풍부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디로 흘러가는지 점검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달러화 강세가 재개된 현상은 안전자산 선호도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우선은 달러화의 반락 여부가 향후 주식시장의 방향성 결정에 있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동성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자산의 동향을 살피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동하 교보증권 연구원도 "미국 경기 회복둔화 우려로 달러화, 변동성지수인 VIX, 신흥시장채권지수(EMBI) 등이 반등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는 최근 국내증시의 외국인 매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것…이머징 증시로 온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동성이 머지 않아 위험자산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더불어 대표적 위험자산인 우리 증시에도 풍부한 유동성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현기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 자금의 이머징 마켓 유입은 이미 수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고, 경기 모멘텀이 양호한 아시아권으로 유동성은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시장은 지금 재상승을 위해 걱정을 덜어내는 중"이라며 "현재의 조정을 매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유동성이 미국, 독일의 채권시장에 몰려있지만, 이머징증시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관련 4대 글로벌펀드들로 유동성이 유입되고 있고, 국내 주식형펀드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지난 13일 코스피 지수가 1746.2 수준에 머무르는 상황에서도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1257억원이 유입되기도 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