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깊은 광복 65주년 대통령 경축사 내용의 백미는 단연 '통일세'다. 통일은 언젠가 반드시 오는 것으로 이를 대비해 통일세 등 현실적 방안을 준비할 때가 됐다고 선언한 것이다. 남북관계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뜻밖의 발표로 느껴지지만,정부도 통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제안이라 생각된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통일세 방안은 제시됐지만,앞으로 수많은 검토와 신중한 논의를 통해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우선 어떠한 통일을 상정하느냐 하는 것이 첫 번째 논의 대상이다. 통일 형태가 무엇인지,통일 시기는 언제로 보는 것인지 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그 다음 논제는 통일세로 마련해야 할 통일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를 추정하는 일이다. 통일 비용은 일반적으로 통일 이전에 다양한 분단의 위험을 극복하기 위한 식량과 의약품 지원 같은 위기관리비용,통일 후 정치 · 경제 · 사회문화 등 각 분야의 통합 비용,남북한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북한 국내총생산(GDP)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투자비용 등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합리적 계산 방법을 도출하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은 일이다. 통일 비용이 산정되면 이를 어떻게 통일세로 거두어들일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부가가치세 증세,방위세 부활,남북협력기금 활용 등이나 소득세와 법인세에 추가로 부여하는 독일의 '통일연대세' 형태 등의 장 · 단점을 면밀히 분석해 보아야 할 것이다.

더 큰 논란거리가 될 것은 납세자인 국민들이 세금 부담을 어느 정도 용납하겠느냐 하는 점이다. 지난 15년 동안 북한에 대한 여러 형태의 무상 지원금을 합산하고 이를 가구당 비용으로 환산하면 매년 1만원 정도가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서도 '퍼주기 논란'이 불거지는데 과연 국민들이 부담하려는 통일 비용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일부 여론조사에 의하면 통일은 필요할지 모르나 이에 대한 비용 부담은 대부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결국 앞으로 납세자들이 기꺼이 부담하기 원하는 통일세의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려면 가장 경제적인 방법을 찾고 이를 설득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강구돼야 한다.

첫째는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방안을 찾는 일이다. 이는 남북한 각 부문의 격차를 축소하는 것을 통해 얻을 수 있다. 통일 비용은 남북한의 수준 차이에 비례해 커지는 까닭이다. 따라서 어느 한순간에 갑작스런 통일을 맞기보다 남북한의 상생 협력을 통해 남북한 간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통일 비용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다.

둘째는 비용만이 아니고 통일로 인해 발생하는 편익도 함께 추정해 알리는 것이다. 통일은 비용 못지않게 다양한 실익을 창출할 수 있다. 남북관계 안정은 당장 한국의 지정학적 위험을 해소해 줌으로써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여준다. 인구와 산업 구조의 보완적 관계는 새로운 개발 수요를 창출하고 성장 잠재력도 높여주는 요인이 된다.

사실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는 가장 효과적인 통일 비용 도출을 위한 방안도 제시돼 있다. 평화 공동체,경제 공동체,민족 공동체라는 3단계 통일 방안이 그것이다. 평화적 공존을 이루며 경제적 격차를 축소하면서 궁극적으로 민족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저렴한 통일세를 지출하는 방안이다. 평화공존과 경제 격차 축소를 위해 단절된 남북 대화를 재개하고,위축된 남북경협을 다시 활성화하는 일이 통일세를 최소화하는 첫 단계 실천 과제인 셈이다. 민간 기업들의 대북 사업을 통해 남북한간 경제와 사회문화적 격차가 축소될수록 통일세는 그다지 많이 걷지 않아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