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수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삶은 없습니다. 이번 취업박람회는 '모두가 일하는 사회'를 꿈꾸는 제 소망이 담긴 작은 첫걸음입니다. "

서울 청계천 서울고용센터와 주변 광장에서 오는 20일 열리는 '2010 유통 · 물류 채용박람회'(http://jobfair.zeniel.co.kr) 준비에 바쁜 박인주 제니엘 회장(55 · 사진)을 16일 만났다. 지난해에 이은 2회째 행사이지만 올해는 전문화 · 맞춤화로 내실을 기했다. 고용노동부 후원으로 마련된 이번 박람회에는 아웃소싱업체 제니엘을 짧은 기간에 국내 선두권 업체로 키운 박 회장의 취업 노하우와 경영철학이 반영돼 있다.

"유통 · 물류 서비스는 고용 창출 효과가 가장 큰 산업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분야로 잘 안 가려고 해요. 처우가 낮고 전문성도 부족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지요. 이제 이런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

박 회장이 일자리 만들기의 돌파구를 유통 · 물류에서 찾고자 한 것은 자신의 인생 역정과도 관련이 깊다. 그는 중 · 고교 시절부터 우유 및 신문 배달로 잔뼈가 굵었다. 20대 초반에는 철공소 직원,주류 배달원,동네 슈퍼 점원 등으로 근무했다. 우유와 신문을 배달하면서 '내 일'의 보람을 느꼈고 주류 배달 시절엔 '많이 파는 것' 못지않게 '돈 받는 방법'의 중요함을 깨달았다. 슈퍼에서 동네 주민을 대한 뒤 핫도그 장사를 하면서 고객의 마음을 읽는 법에도 눈을 떴다. 박 회장은 "지금 생각하면 그때 유통 · 판매 서비스업의 노하우를 체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군 제대 뒤 1980년대 초 김포공항 위탁 경비업체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박 회장은 당시의 경험과 그간 익힌 노하우를 결합해 아웃소싱 사업을 구상하게 됐고 그것은 1996년 제니엘 설립으로 이어졌다.

'자율과 열정,그리고 자부심'으로 요약되는 제니엘의 사람 중심 경영방침은 직원 스스로 도전의식과 책임감을 함께 갖도록 한다. 설립 이후 15년이란 짧은 기간에 계열사 4개를 직원에게 맡겨 독립시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을 재미있게 해야 그 일을 계속하게 되고 전문성도 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박람회 역시 철저하게 구직자 위주로 진행된다. 기존 취업박람회는 구직자-구인업체 간 면접은 많았지만 실제 채용으로 연결이 잘 안 됐다는 게 박 회장의 평가다. 서로의 눈높이와 조건이 어긋났기 때문이었다. 제니엘은 이번 박람회를 구직-구인의 단순 매칭이 아닌,맞춤화된 자리로 운영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회사 소속 전문 커리어컨설턴트 40~50명을 현장에 배치,구직자가 사전에 면담을 거친 뒤 면접을 볼 수 있게 했다.
제니엘은 지난해 직원 1만2000여명 규모에 매출 2000여억원을 올려 업계 선두권을 지켰다. 박 회장은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전경련 국제경영원 감사,서울상의 서초구상공회 회장 등을 맡아 대외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홍성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