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투기 쓰레기와 '전쟁' 벌여보지만 역부족
일부선 '입장료 받자' 의견도..피서문화 개선 절실


바다와 산, 계곡. 수많은 사람이 찾아 더위를 식혔던 전국 피서지가 올해도 어김없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드넓은 백사장과 초고층 빌딩이 어우러진 경관 덕에 매년 피서철이면 두 달간 1천만명이 몰릴 정도로 전 국민의 피서지로 인기를 구가하는 해운대해수욕장.
매일 아침 환경미화원들은 술병에서부터 돗자리, 음식 찌꺼기, 나무젓가락, 담배꽁초 등 밤새 피서객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백사장 한 쪽에 곱게 모아 놓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일부 몰지각한 피서객은 음식 찌꺼기를 모래 속에 파묻어 놓아 뒤처리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수거된 쓰레기가 해운대해수욕장에서만 7월 1일 개장 이후 지금까지 120여t에 이른다.

사정은 다른 해수욕장도 마찬가지다.

피서철 매일 밤 2만~3만명의 야간 피서객이 찾는 경포 해변에서도 자치단체가 비치클리너를 동원해 새벽 2시부터 대청소를 벌이지만, 구석구석 숨겨놓은 쓰레기를 모두 치우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1.8㎞에 이르는 경포 해변 백사장에서 하룻밤 수거되는 담배꽁초만 손수레 2대, 소주와 맥주병은 2.5t 트럭으로 1대 분량이나 된다.

청정해역을 자랑하는 경남 거제의 해수욕장 13곳에는 지난해보다 20~30%가량 줄어든 매주 10만여명의 피서객이 올해 찾고 있지만 수거되는 무단 투기 쓰레기의 양은 매주 2t가량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1인당 버리는 쓰레기양이 늘었다는 이야기다.

'슬로 시티' 전남 신안 증도의 우전해수욕장은 쓰레기만 놓고 보면 올해 3월 개통된 연륙교가 원망스러울 정도다.

해수욕장과 해송 숲 속 사이에 조성된 길이 6㎞의 산책로에는 캠핑족로 여름내 붐볐지만, 피서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아름다운 해송을 둘러싸버렸다.

은빛을 자랑하는 백사장도 밤새 캠프파이어를 하며 여름밤을 만끽한 피서객들이 뒷정리를 하지 않아 검은 재가 곳곳에 흩어져 있고 군데군데 깨진 병들이 위태롭게 방치돼 있다.

드넓은 갯벌을 자랑하는 충남 대천 해수욕장에는 하루에만 술병 600~700개가 수거되기도 한다.

자치단체마다 환경미화원을 늘리고 비치클리너라는 장비를 도입해 해수욕장을 깨끗하게 유지하려 하지만, 쓰레기양이 워낙 많아 역부족인 실정이다.

청소하기 어려운 계곡 쪽은 더 심하다.

천혜의 자연경관 덕의 여름철이면 수많은 피서객이 몰리는 충북 제천시 백운면 덕동리 덕동계곡 곳곳도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인데 계곡의 특성상 뒷정리가 쉽지 않아 자연을 더 훼손하게 된다는 게 주민들의 반응이다.

이 계곡에서 안전요원으로 일하는 전대한(22)씨는 "계곡 옆에서 버리는 쓰레기는 치우기가 쉬운데 계곡 안쪽에 버린 것은 더 큰 문제가 된다.

"라면서 "어떤 피서객은 땅을 파내 먹고 남은 쓰레기를 묻어 놓고 가 악취가 진동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 중 일부는 배설물까지 포함돼 숨이 막힐 지경이다.

"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경기도 양주의 송추계곡에는 불법 음식점과 피서객의 취사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이런 '전쟁'에 지친 일부 자치단체는 밤에 해수욕장에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는 조처를 하기로 하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입장료를 받자는 의견까지 있다.

'쓰레기 천지' 피서문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이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피서객에게 돌아갈 움직임이다.

(전국종합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p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