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옵션만기 때에는 변동성이 심하긴 하지만 이처럼 심하게 요동친 적은 최근들어 처음 봅니다."

12일 코스피지수가 막판에 1720대까지 떨어지는 것을 본 어느 연구원의 말이다. 국내 증시는 악재에 악재가 덮친 모양새였다. 미국 증시가 급락했다는 소식을 안고 출발한 국내 증시는 장중 내내 내림세를 유지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출구전략 시기가 미뤄졌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대외적인 경기 불확실성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증시는 낙폭을 키웠다. 여기에 옵션만기일까지 겹치면서 장막판 프로그램 매물까지 쏟아져 증시를 압박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대비 36.44포인트(2.07%) 내린 1721.75에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가 종가기준으로 1720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7월8일(1698.64) 이후 한달여만이다. 코스피 지수가 2% 넘게 하락한 것도 지난 5월25일(-2.75%) 이후 2개월여만이다.

외국인은 5425억원 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4727억원, 1113억원씩 순매수에 나섰지만 추세를 돌리지는 못했다. 옵션만기일을 맞아 프로그램 매물도 쏟아졌다. 차익, 비차익 모두 매도우위를 보여 전체적으로는 4891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막판 물량이 출회되면서 코스피 지수는 동시호가에 1710선을 넘나들기도 했다.

전업종이 내림세를 보였고, 시가총액 상위종목 대부분이 하락했다. 철강금속업종은 4% 넘게 급락했고 기계, 화학, 보험, 증권 등의 업종이 2% 넘게 떨어졌다.

삼성전자(-1.67%), 포스코(-3.82%), 현대차(-0.72%), 신한지주(-2.49%), 삼성생명(-1.79%) 등 대부분이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중 상승한 종목은 10개에 불과했다. 90개의 종목들이 하락 내지 보합세를 기록했다.

우선주들만이 급등세를 보였고, 4대강 관련주인 삼호개발이 강세를 보였다. 전날 급락했던 금호산업과 GKL은 3%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두산건설은 호실적에 5거래일째 오름세를 유지했다. 이날 상장한 도화는 하한가 가까이 떨어졌다.

상한가 종목은 15개, 상승종목은 210개였다. 하한가 종목은 6개, 하락종목은 606개였고, 보합종목은 72개였다.

코스닥 지수 역시 3거래일째 약세를 이어갔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4.16포인트(0.88%) 내린 470.98로 장을 마쳤다. 개인과 기관의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외국인은 17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업종별로 건설, 방송서비스, 오락·문화, 비금속, 금융, 음식료·담배 등이 상승했다. 반면 반도체, IT(정보기술) 하드웨어, 제약, 통신장비, 유통, 제약, 섬유·의류 등은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혼조세를 보였다. 7분기 만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한 SK브로드밴드가 1%대 상승했고, CJ오쇼핑, 포스코 ICT, 동서, 다음 등 역시 올랐다. 반면 셀트리온, 서울반도체, OCI머티리얼즈, 메가스터디 등은 하락 마감했다.

민주당이 4대강 사업 절충안을 발표했다는 소식에 관련주들이 급등했다. 동신건설이 14%대 뛰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화공영, 홈센타, 삼목정공, 울트라건설, 삼호개발, 특수건설 등도 4∼10%가량 올랐다.

오는 17일 종합편성 방송사업자 발표를 앞두고 일부 미디어주들이 급등세를 나타냈다. 디지틀조선과 ISPLUS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YTN 역시 4%대로 올랐다.

코스닥 시장에서 상한가 25개 종목을 비롯해 279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10개 등 623개 종목은 내렸다. 79개 종목은 보합을 기록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사흘째 상승하면서 장중 12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86.20을 기록해 전날보다 3.70원 올랐다.

한경닷컴 김하나·오정민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