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성공이나 실패를 경험한 국가와 조직을 논할 때,그 핵심 배경이나 원인으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 중의 하나가 리더십이다. 정보통신 분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재도약한 애플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인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이다. 150년 역사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지난 금융위기의 소용돌이에서 한순간에 사라진 배경에 대한 대부분의 담론도 당시 조직의 수장이었던 리처드 펄드 회장의 오만과 독선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성공과 실패담은 조직을 구성하는 수많은 구성원보다 소수의 리더와 스타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아마도 대중이 상황을 만들어낸 구조와 맥락보다는 인물에게 더 큰 관심과 흥미를 갖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새로운 인물이 지도자로 등장하면 항상 그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형성되고,짧은 시간 내 그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면 격렬한 실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를 보자.2009년 일본 국민들은 과거 총리들과는 사뭇 다른 스타일의 하토야마 유키오에게 열광하며 침체된 일본 사회를 새롭게 혁신할 스타로 추앙했다. 하지만 일부 공약의 실행에 난항을 겪자 그에 대한 지지는 급격히 약화됐고,결국 8개월 단명 총리로 사라졌다. 오바마 열풍을 기억하는가?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오바마라는 개인에게 열광하며 세계 질서의 뉴패러다임을 열 구세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지지율은 취임 초기에 비해 많이 떨어졌고 필자의 눈에 세상의 질서는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오늘날의 세상과 조직은 한 명의 비범한 스타가 변화시키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크다. 무엇보다 그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목표와 수행해야 하는 과제가 다양하고 때로는 상반된 방향을 지향한다. 리더가 어느 한 방향에만 초점을 맞추면 이내 구성원 중 일부로부터 반발을 사고,그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타협하면 또 다른 구성원 일부가 반발하면서 갈등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리더 개인적 성향과 의지가 부각되면 될수록 그 갈등의 골은 깊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없는 듯이 존재하는 산소 같은 리더가 지금의 세상에 가장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산소는 모든 원소와 활발히 화합하며 산화를 주도한다. 또한 끊임없이 자신을 태우며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생명의 근원인 물에 녹아든다. 하지만 산소는 무색무취(無色無臭)해 자신을 내세우지 않기 때문에 평소 그 고마움을 인식하는 경우가 드물다. 자신 개인의 비범함,즉 내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구성원을 끌어가기보다는 서로 다른 열정과 가치를 가진 구성원들이 서로 희생하고 화합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열정을 태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촉진시켜 주는 산소 같은 리더십.이상적일 수도 있지만,개인과 소집단 이기주의가 만연한 지금의 기업과 국가에 가장 적합하고 필요한 것이 아닐까?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 Andy.park@merc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