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출中企 "은행서 벌써 대출금 갚으라고 독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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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 수천만弗 한달째 묶여 중소기업 30% 거래처 끊겨"
플랜트 기자재 中에 뺏길판
플랜트 기자재 中에 뺏길판
"은행들이 대출을 회수하려고 안달입니다. " 지난 주말 인천국제공항에서 테헤란행 저녁 비행기를 기다리던 A중공업 B회장은 애가 탄다고 했다. 이란 국영기업에 기계류를 수출해 받을 돈만 수천만달러인데 은행들이 이란과의 금융 거래를 중단하면서 돈을 들여올 길이 막막해져서다. 벌써 한 달째 돈이 돌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들어가서 돈을 받아야 이달 말 돌아오는 대출 만기를 넘길 수 있을 텐데 큰일입니다. "
지난달 8일 은행들이 이란 관련 신용장(L/C) 개설을 중단한 이후 국내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란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가량이 이미 거래처를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석유플랜트 건설용 기계장비를 수출하는 C사는 제품을 다 만들어 놓고도 배를 못 구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C사 대표는 "미국의 이란 제재에 보험도 포함돼 있는데 선박용 보험회사 대부분이 미국,유럽계"라며 "이란행 배가 사실상 끊겼다"고 말했다.
수출 계약을 할 때 필요한 각종 보증서 발급도 원천봉쇄됐다. 서울보증보험 등은 이란과 관련한 계약이행보증,선급금지급보증 등의 발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을 무대로 무역 중개를 하고 있는 D사 대표는 "미국이 이란 제재를 발표한 뒤 한 달이 넘도록 정부가 대책을 못 내놔 시장의 혼란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이라도 있었으면 은행이 일반적인 상업 거래에서까지 금융 거래를 중단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회장은 "몇 달 전만 해도 돈을 빌려가라고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거래 은행이 요즘엔 기존 대출마저 빨리 갚으라고 독촉한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 결과에도 이런 정황이 드러난다. 대(對) 이란 수출 중소기업 7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56%가 이란 제재법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아예 수출 거래가 중단됐다고 답한 업체도 31.5%나 됐다.
이란 진출 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중국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건설 플랜트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란은 정부 차원에서 중국산 플랜트 기자재 사용을 금지했지만 한국 정부가 제재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지난 7일 중국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커창 부총리는 중국을 방문한 미르카제미 이란 석유장관과의 회견에서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상황이 갈수록 꼬이면서 정부도 곤혹스러운 처지다. 이란과의 주요 금융거래 창구인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폐쇄를 놓고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란에 대한 독자 제재 가능성은 있으나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 및 주요 관련국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오는 10월 미 행정부의 '포괄적 이란 제재법(CISADA)'이 시행되면 제재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은 유엔의 이란 제재 결의에는 찬성했지만 독자적 제재는 하지 않고 있다"며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은 중국과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의 거래 창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란 제재의 핵심요소로 미국이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동휘/장성호 기자 donghuip@hankyung.com
지난달 8일 은행들이 이란 관련 신용장(L/C) 개설을 중단한 이후 국내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란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가량이 이미 거래처를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석유플랜트 건설용 기계장비를 수출하는 C사는 제품을 다 만들어 놓고도 배를 못 구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C사 대표는 "미국의 이란 제재에 보험도 포함돼 있는데 선박용 보험회사 대부분이 미국,유럽계"라며 "이란행 배가 사실상 끊겼다"고 말했다.
수출 계약을 할 때 필요한 각종 보증서 발급도 원천봉쇄됐다. 서울보증보험 등은 이란과 관련한 계약이행보증,선급금지급보증 등의 발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을 무대로 무역 중개를 하고 있는 D사 대표는 "미국이 이란 제재를 발표한 뒤 한 달이 넘도록 정부가 대책을 못 내놔 시장의 혼란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이라도 있었으면 은행이 일반적인 상업 거래에서까지 금융 거래를 중단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회장은 "몇 달 전만 해도 돈을 빌려가라고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거래 은행이 요즘엔 기존 대출마저 빨리 갚으라고 독촉한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 결과에도 이런 정황이 드러난다. 대(對) 이란 수출 중소기업 7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56%가 이란 제재법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아예 수출 거래가 중단됐다고 답한 업체도 31.5%나 됐다.
이란 진출 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중국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건설 플랜트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란은 정부 차원에서 중국산 플랜트 기자재 사용을 금지했지만 한국 정부가 제재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지난 7일 중국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커창 부총리는 중국을 방문한 미르카제미 이란 석유장관과의 회견에서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상황이 갈수록 꼬이면서 정부도 곤혹스러운 처지다. 이란과의 주요 금융거래 창구인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폐쇄를 놓고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란에 대한 독자 제재 가능성은 있으나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 및 주요 관련국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오는 10월 미 행정부의 '포괄적 이란 제재법(CISADA)'이 시행되면 제재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은 유엔의 이란 제재 결의에는 찬성했지만 독자적 제재는 하지 않고 있다"며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은 중국과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의 거래 창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란 제재의 핵심요소로 미국이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동휘/장성호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