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 악화로 미국의 경제 회복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 월가에서는 통화당국이 10일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6일 노동부가 7월 고용통계를 발표한 직후 2011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을 2.5%에서 1.9%로 낮췄다.

◆부진한 민간의 고용 창출

민간기업이 비농업 분야에서 창출한 일자리가 지난달에는 7만1000개에 불과했다. 5,6월보다 개선된 수치지만 3,4월보다 감소한 것이다. 9만개 증가를 예상했던 시장 전망도 밑돈다. 민간에서 일자리 창출을 꺼리면서 9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던 임시직 근로자도 5600명 감소했다. 실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들은 고용을 확대하는 대신 기존 인력 활용을 늘리려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달 민간 부문 근로시간은 33.5시간으로 6월(33.4시간)보다 소폭 증가했다.

고용에서 빠진 인구센서스 조사 인력 외에도 주정부 등 지방정부에서 감축한 인력이 4만8000명에 달했다. 정부 부문에서 최근 3개월 새 총 10만2000명을 감원한 것이다. 경기침체로 고실업 사태가 지속되면서 27주 이상 장기 실업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달 장기 실업자는 660만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44.9%를 차지했다. 일자리가 없으면서 취업을 포기한 사람까지 포함한 실질 실업률은 16.5%에 달한다. 경기침체 이후 직장을 잃은 사람은 800만명에 달한다. 아렌 시나이 디시즌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 순익은 증가했지만 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고용을 늦추면서 일자리가 예상만큼 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대책 압력 커져

고용시장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오바마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해 FRB는 이번 주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통화완화 정책을 위한 상징적인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만기가 돌아온 모기지 증권에서 발생하는 현금으로 미 국채와 모기지 증권을 재매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FRB 대차대조표상 자산 규모가 줄지 않고 2조3000억달러를 유지한다. 당장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경제 상황이 악화될 때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를 촉발시켜 장기 금리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지난 주말 노동부의 고용통계가 나오자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0.09%포인트 급락한 배경이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사상 최저치인 0.49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마이클 페롤리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물가상승률과 고용이 통화당국의 기준을 밑도는 만큼 이번 주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은 추가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고 싶지만 공화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경기 하강 위험 증폭

미 경제가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골드만삭스가 내년 미 GDP 증가율 전망을 2.4%에서 1.9%로 낮췄다.

또 실업률은 내년 초 10%까지 올라 연말까지 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민간 수요 위축으로 내년 말까지 개인소비 지출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0.5%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FRB가 상당 기간 0%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는 한편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의 일환으로 1조달러 내외 자산을 추가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