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름다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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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세대의 사진 한 장 한 장엔 애틋한 추억이 녹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릴 적부터 차곡차곡 불어난 사진첩이 짐이 되기도 한다. 살아서는 직접 관리하겠지만 자손들에게 애물단지가 될 것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언젠가 한 친구가 평생 간직해 온 사진첩을 태워버리기로 결정했단다. 천덕꾸러기로 있다가 쓰레기장에 버려질 바에야 자기 손으로 정리하는 것이 오히려 추억을 간직하는 길일지도 모른다. 중년 이후라면 공감하게 되는 고민일 것이다.
디지털세대에게는 사진 인화보다 파일 저장이 더 익숙하다. 그래서 그들은 나이 들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을 것이다. 평생 찍은 사진도 넉넉한 저장장치 하나면 해결되기 때문이다. 디지털세대인 자식에게서 스캐너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듣고 필자는 곧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진을 벌써 태워버렸을까봐 마음이 급했다. 다행히 친구는 없어질 뻔한 사진들을 파일로 남겨 지금은 컴퓨터로 사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필자도 30여권에 달하는 사진첩을 스캐너를 이용해 디지털화했다. 현재 필자의 PC에는 주제와 연령대별로 수많은 보물이 보기 좋게 정리돼 있고 최근 사진은 꾸준히 추가된다. 자식들이 출가할 때 조그마한 USB에 담아주면 아마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일종의 마무리가 아닌가 싶다.
인생은 끝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말하기는 쉬어도 실천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우애가 넘치던 형제들이라도 부모가 죽고 나서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하는 등 잘못된 마무리로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부모가 사전에 분란의 소지가 있는 일들에 대해 가르마를 제대로 타놓지 않아서인 경우가 허다하다.
어느 종교에서는 매년 유언쓰기 운동을 하고 심지어 관속에 들어가는 죽음 체험 행사도 한다. 다소 생소하고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이런 일들이 성황리에 진행되는 이유는 언제 가더라도 평소 뒷정리를 깔끔하게 해 좋은 모습을 유지하라는 엄숙한 교훈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과 행동이 진중해지고 매사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는 지인의 권유로 필자 역시 유서쓰기를 시도해 봤으나 왠지 자꾸 눈물이 나고 생각이 복잡해져 끝까지 쓰지 못하고 포기했다.
하지만 유사시 가족들이 볼 수 있도록 필자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꼼꼼히 정리해 놓고 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고자 한다. 회사든 개인이든 언제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고 주변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굳이 이를 감상적으로만 접근하거나 해석할 필요는 없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이성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가족,직장,친구,친지 및 거래관계 등 우리의 일상에서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유흥수 < LIG투자증권사장 hsyu7114@ligstock.com >
디지털세대에게는 사진 인화보다 파일 저장이 더 익숙하다. 그래서 그들은 나이 들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을 것이다. 평생 찍은 사진도 넉넉한 저장장치 하나면 해결되기 때문이다. 디지털세대인 자식에게서 스캐너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듣고 필자는 곧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진을 벌써 태워버렸을까봐 마음이 급했다. 다행히 친구는 없어질 뻔한 사진들을 파일로 남겨 지금은 컴퓨터로 사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필자도 30여권에 달하는 사진첩을 스캐너를 이용해 디지털화했다. 현재 필자의 PC에는 주제와 연령대별로 수많은 보물이 보기 좋게 정리돼 있고 최근 사진은 꾸준히 추가된다. 자식들이 출가할 때 조그마한 USB에 담아주면 아마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일종의 마무리가 아닌가 싶다.
인생은 끝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말하기는 쉬어도 실천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우애가 넘치던 형제들이라도 부모가 죽고 나서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하는 등 잘못된 마무리로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부모가 사전에 분란의 소지가 있는 일들에 대해 가르마를 제대로 타놓지 않아서인 경우가 허다하다.
어느 종교에서는 매년 유언쓰기 운동을 하고 심지어 관속에 들어가는 죽음 체험 행사도 한다. 다소 생소하고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이런 일들이 성황리에 진행되는 이유는 언제 가더라도 평소 뒷정리를 깔끔하게 해 좋은 모습을 유지하라는 엄숙한 교훈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과 행동이 진중해지고 매사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는 지인의 권유로 필자 역시 유서쓰기를 시도해 봤으나 왠지 자꾸 눈물이 나고 생각이 복잡해져 끝까지 쓰지 못하고 포기했다.
하지만 유사시 가족들이 볼 수 있도록 필자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꼼꼼히 정리해 놓고 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고자 한다. 회사든 개인이든 언제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고 주변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굳이 이를 감상적으로만 접근하거나 해석할 필요는 없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이성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가족,직장,친구,친지 및 거래관계 등 우리의 일상에서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유흥수 < LIG투자증권사장 hsyu7114@ligstoc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