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우월적 관계를 남용,납품단가를 깎다보니 대기업 실적만 개선되고 중소기업은 계속 어려움을 겪는 '양극화' 구조가 고착됐다. "(정부) "1차 협력업체의 영업이익은 대기업과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2 · 3차 협력업체로 내려가면서 발생하는데 대기업이 이를 모두 챙기기에는 여력이 부족하다. "(대기업)

정부와 대기업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납품가 논란의 핵심은 2 · 3차 업체가 어려움을 겪는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양측의 전제가 다르다보니 논쟁이 평행선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와 구조적 문제만을 강조하는 대기업 양측 모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모적인 논쟁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납품단가를 깎는 것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며 업종별로도 양상이 상이하다"며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납품구조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 · 3차 협력업체들의 피해 내용만 가지고 이 문제를 다루다보니 일부 대기업의 사례가 산업계 전체의 문제로 호도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는 "1차와 2차,2차와 3차 협력업체 사이의 납품단가 문제와 관련된 데이터를 축적해 업종별로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업종에서는 1년을 주기로 공개입찰을 통해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미국식 모델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연구원은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1년에 한 번씩 범용 부품의 공개 입찰을 실시해 납품업체를 선정한다"며 "이 방식을 국내에 도입할 경우 대기업은 가격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중소기업은 긴 호흡을 가지고 자재 구입과 경영 효율 개선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병선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기업들이 1 · 2차 협력업체 지원 조건과 납품단가 보장 폭 등을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조 연구원은 "대기업이 모든 협력업체에 납품단가를 높게 쳐주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고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술 수준이 높고 자체적으로 열심히 비용 절감을 하는 협력업체를 객관적인 기준으로 선정하고 기준을 통과한 업체들에 후한 대우를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원청과 하청 구조가 복잡할수록 한 개 업체에 돌아가는 이익이 줄어드는 만큼 이 구조를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 국내 물류업체들은 화주가 위탁한 물량 중 평균 32.3%를 재위탁한다"며 "이로 인해 수익이 감소하고 불평등한 계약관계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