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7분간 통화하며 사과.' 24일자 어느 조간 신문의 기사 제목이다. 대체 누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미국 대통령이 7분간이나 사과를 했을까? 바로 미국 농무부 장관의 실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톰 빌색 장관은 그의 부하인 셰러드 농촌개발국장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담긴 2분30초짜리 동영상을 본 후 그녀에게 즉각 사임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진상조사 결과 누군가 의도적으로 동영상을 편집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셰러드 국장의 무고함이 입증되자 농무부 장관,백악관 대변인에 이어 대통령까지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다.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성급한 판단을 내린 장관의 책임이 크지만,부하 직원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고 이것의 진위 여부까지 판단해야 한다니 장관 하기도 참으로 어려운 세상이다.

필자는 재판에서 증거자료로 제출된 사진을 그대로 믿고 판결한 것이 잘못된 경우도 보았다. 법을 어기고 증축된 부분을 철거하라는 행정 처분을 다투는 소송에서 "위법으로 증축된 곳은 이미 철거했고,더 이상 철거의 대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입증하는 증거로 제출한 사진이 조작된 사례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사진이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편집하면 사실과 다른 사진을 얼마든지 감쪽같이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하니 '낫 놓고 기역자'라고 해도 못 믿을 시대가 됐다.

요즘은 누군가가 특정 정보를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띄우면 순식간에 모든 사람이 접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인터넷 등의 팽창으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마저 점점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몇몇 분야에서는 오랜 기간 내공을 쌓아온 전문가의 견해보다 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아마추어의 견해가 더 추앙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지식이나 정보로 위장한 홍보물과 제대로 된 지식을 구별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졌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퍼뜨리는 '조작된 지식'도 넘쳐난다. 아예 광고라고 명시하면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객관적인 정보나 지식의 모양으로 가장한 가짜 지식들은 별 비판 의식 없이 믿기 쉽다. 최근에 만난 어느 교수님은 "적어도 내 전공분야에 관한 한 인터넷에서 떠돌아 다니고 있는 소위 지식이라는 것들의 80% 정도는 엉터리인데,다른 분야도 비슷하지 않겠는가"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블로그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급증하고 있다. 그만큼 잘못된 정보나 소문이 빠르게 파급될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잘못된 정보의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거리지 않으려면 옥석을 가릴 수 있는 통찰력과 혜안을 길러야 한다. 지식을 습득하는 게 다가 아니라 지혜가 필요하다. 운동으로 몸의 힘을 키우듯 생각의 힘도 키워야 한다. 공기중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공기청정기처럼 가짜 지식을 척척 걸러내 줄 수 있는 '지혜 · 지식청정기'라는 위대한 발명품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crwoo@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