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에게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선수 생활을 하면서 늘 행복했어요.

"
프로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타격 달인' 양준혁(41.삼성)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양준혁은 26일 은퇴 의사를 구단에 통보한 뒤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먼저 전했다.

양준혁은 "나를 많이 사랑해 준 팬이 너무나 고맙다"라며 "또 큰 부상 없이 운 좋게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는 행복한 선수였다"고 말했다.

1993년 데뷔해 올해까지 2천318개의 안타와 351개의 홈런을 날리며 타율 0.136을 작성한 양준혁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02년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과 24일 대구구장에서 펼쳐진 올해 올스타전을 꼽았다.

양준혁은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3년 연속 '별들의 무대'에 출전했으나 올해는 팬 투표에서 밀렸다.

박정권(SK)이 발목을 다친 탓에 대신 운 좋게 올스타전 초청장을 받았다.

어렵게 출전한 양준혁은 6회부터 대수비로 투입됐고, 고향 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7회 3점 홈런을 때리며 환호에 화답했다.

양준혁은 이에 대해 "김성근 SK 감독님이 나를 뽑아주지 않았다면 그냥 은퇴만 선언하고 말았을 것인데 올스타 무대에 출전하면서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며 "더욱이 홈인 대구구장에서 홈런까지 쳐서 무척 기억에 남는다"라고 설명했다.

양준혁은 또 올스타전에서만 통산 4개의 홈런을 때려 이 부문 공동 1위로 올라섰다.

41세1개월28일로 김재박 전 LG 감독이 1991년 세운 역대 최고령(37세1개월) 홈런 기록도 19년 만에 갈아치우는 등 마지막 올스타전에서도 뜻깊은 기록을 남겼다.

아울러 개인 최다인 통산 2천131경기에 출장했고 최다타수(7천325타수)와 홈런(351개), 안타(2천318개), 루타(3천879개), 2루타(458개), 타점(1천389개), 득점(1천299개), 사사구(1천380개)에서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양준혁은 이 가운데 특히 안타와 홈런 기록에 애착이 간다고 전했다.

양준혁은 "2천 안타 기록은 내가 처음으로 세웠다"라면서 "나는 타율과 출루율이 동시에 높은 스타일이라고 자평하는데 최다 안타는 나의 타격 특징을 잘 반영한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난 한 번도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했다"라며 "그런데 꾸준히 홈런을 친 끝에 최다 홈런 기록도 갖게 돼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힘들었던 순간으로는 1998년 삼성에서 해태로 트레이드됐을 때와 1999년 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하면서 시련을 겪었을 때를 꼽았다.

양준혁은 "당시 야구를 그만둘 것까지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다"라며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딛고 이후 10년 동안 야구 선수로 뛰고 있다"라고 웃었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은 친다'던 양준혁은 2008년 타율 0.278에 홈런 8개를 올리는데 그치면서 충격을 받았다.

양준혁은 "지난해부터 은퇴를 생각하기 시작했다"라며 "그러다가 한 달 전에 은퇴 결심을 굳혔다.

이제 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만큼 팀과 나를 위해 빨리 결정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전보다 야구 기술은 발전한 것 같은데 선수들의 열정은 떨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라면서 후배에게 야구에 더욱 많은 애정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1999년(해태), 2000~2001년(LG)를 제외하면 줄곧 몸담았던 삼성에 대해서는 "명문 구단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라며 "좋은 선수를 잘 키우는 구단인 만큼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한 것은 없지만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결혼은 늦었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면 하고 싶다"고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