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석에 오를 때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새롭게 써왔던 `기록 제조기' 양준혁(41.삼성)이 올 시즌이 끝나고 18년 동안 이어왔던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삼성은 26일 양준혁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구단은 양준혁의 의사를 존중해 은퇴 후 진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양준혁은 해외 연수 등을 거쳐 지도자의 길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이날 양준혁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고 선동열 삼성 감독은 양준혁에게 "1군 선수들과 동행하며 타격 조언 등 팀 전력 향상을 위해 모든 기술을 후배들에게 전수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오는 9월 대구 홈경기를 양준혁의 은퇴 경기로 지정해 팬들의 축하 속에 정든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양준혁은 "그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그라운드에서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면서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지만 과분한 사랑을 주신 팬과 구단 코칭스태프, 동료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지막으로 기회가 된다면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한국시리즈 우승에 마지막 힘을 쏟아 붓겠다"고 덧붙였다.

양준혁은 한국 프로야구사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했다.

지난 1993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양준혁은 개인통산 2천131경기에 출장했고 타석에 오를 때마다 타자 부문 기록을 새롭게 써왔다.

경기 출장수는 물론 최다타수(7천325타수)와 홈런(351개), 안타(2천318개), 루타(3천879개), 2루타(458개), 타점(1천389개), 득점(1천299개), 사사구(1천380개)에서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홈런 1개에 타율 0.252(135타수 34안타), 20타점, 10득점으로 부진하지만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친다'는 말처럼 `타격 달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데뷔 첫해인 1993년 타율 0.341의 고감도 타격으로 타격왕과 신인왕을 동시에 차지했던 양준혁은 올해까지 18시즌 동안 통산 타율이 0.316에 이른다.

2001년까지 9년 연속 3할 타율을 쳤던 양준혁은 2002년과 2005년, 2008년에 3할을 채우지 못했을 뿐 `타격 기계'다운 면모를 유지해왔다.

타격왕도 데뷔 첫해인 1993년과 1996년, 1998년, 2001년 등 네 차례 차지했다.

올 시즌 들어 후배들과 주전 경쟁에 밀려 벤치 신세였던 양준혁은 올스타전에서는 부상으로 낙마한 박정권(SK)의 대체 선수로 출장해 3-8로 끌려가던 7회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3점 홈런을 쏘아 올려 이스턴리그의 9-8 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