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Trend] Best Practice‥물과 기름 같던 합병기업…日다카라토미를 180도 바꾼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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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붕 두가족' 조직을 하나로
일본의 완구 대기업인 다카라토미의 연결전략국 이시와타 마사토 과장.그는 매일 계열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장들을 면담하는 게 주업무다. 계열사 사장을 만나 요즘 실적은 어떤지,경영 애로는 없는지 등을 체크한다. 계열사 사장들의 경영 개선 아이디어를 받아 그룹 차원으로 전략화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앉아서 보고만 받던 모회사의 직원이 계열사를 직접 방문해 귀를 여는 데 대해 자회사들은 환영 일색이다.
다카라토미에 '연결전략국'이란 조직이 생긴 건 지난해 11월.2006년 3월 다카라와 도미가 합병해 탄생한 다카라토미는 뿌리가 다른 계열사가 많아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2008년까지만 해도 35개 계열사의 절반에 가까운 16개사가 영업적자를 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미야마 간타로 사장(56)이 고안해낸 게 연결전략국이다. 모회사와 자회사,계열사 간 정보 교환과 의사결정 시스템을 혁신하는 일종의 '핫라인' 조직이다.
이 핫라인이 가동된 이후 다카라토미의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2009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의 연결결산 결과 매출은 1787억엔(약 2조5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05억엔으로 108.9% 증가했다. 합병 이후 최고 이익이다. 만성적자를 냈던 계열사들이 대거 흑자로 돌아선 건 물론이다. 다카라토미그룹의 계열사 중 적자회사는 16개사에서 4개사로 줄었다.
◆물과 기름 같던 두 회사
합병 전의 다카라와 도미는 기업문화가 완전히 달랐다. 다카라는 '일단 해보자'는 도전정신이 강했다. 사원들의 자유로운 발상을 통해 독특한 상품을 개발하는 게 이 회사의 특징이었다. 반면 도미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회사였다. 매일 매일의 숫자를 체크하며 신중하게 판단해 움직이는 보수적 경영풍토였다.
이런 두 회사가 합병하다 보니 '한지붕 두가족'이었다. 특히 합병 초기 모회사 간 통합에 주력하는 동안 계열사들은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다. 당연히 계열사들은 대거 적자를 냈고,그룹 전체의 연결 영업이익률은 2.8%에 그쳤다. 해외 경쟁 완구메이커 중엔 영업이익률이 20%를 넘는 회사도 있다. 다카라토미에 투자한 외국계 펀드인 TPG캐피털 관계자는 "합병 초기 모회사는 물론 계열사들이 제각각 움직이면서 합병에 따른 효율이 전혀 나타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미야마 사장은 해결책을 고민했다. 그는 무엇보다 모회사와 자회사,계열사 간,직원 간 커뮤니케이션 활성화가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만든 게 연결전략국이다.
◆모회사와 자회사 간 '핫라인'
연결전략국의 모토는 '낮은 자세와 열린 마음'이다. 이런 모토로 뛰다 보니 효과가 즉시 나타났다. 모회사와 계열사는 물론 계열사 간에 막혔던 의사소통 통로가 뚫리면서 자연스럽게 낭비가 제거되고 효율이 높아졌다. 예컨대 조달이나 수송에서 경비감축을 검토하고 있던 자회사 A는 연결전략국의 주선으로 그룹 계열기업과 함께 공동 조달과 수송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적자를 내던 A사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팅커벨이란 자회사도 그런 혜택을 톡톡히 봤다. 이 회사 사장은 만나는 것뿐아니라 일주일에 한두 번은 반드시 연결전략국 간부와 전화통화를 한다. 모회사와 자주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면 얻는 게 많다. 정보가 많아져 내부 의사결정이 빨라졌다. 또 팅커벨은 모회사가 갖고 있던 캐릭터의류 사업을 이관받아 판매력을 높일 수 있었다. 모회사의 지원으로 경영컨설팅도 받아 경영효율화를 극대화했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지불하던 캐릭터 라이선스료를 모회사가 그룹 전체로 모아서 내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데도 기여했다. 이로 인해 팅커벨은 관련 비용을 60%나 줄였다. 지난 3월 다카라토미 상하이지점과 상의해 중국 지사 설립을 결정하는 등 해외 진출에서도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그 결과 백화점에서의 매출 저조로 만성 적자였던 이 회사는 적자의 늪에서 빠져 나왔다.
모회사가 자회사의 곤란한 상황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연결전략국의 부수효과다. 자회사 입장에선 '현재 추이라면 목표 달성이 어렵다'거나 '예상 밖의 손실이 날 것 같다'는 등의 보고는 모회사에 직접 올리기 쉽지 않다. 그러나 연결전략국과의 대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상황이 체크된다. 문제를 빨리 발견하면 치유도 쉽다. 연결전략국 이시와타 과장은 "그동안 정보와 주요 의사결정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자회사들이 모회사와 소통을 늘리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사원 도감'으로 일체감 높여
다카라토미의 원활한 소통은 회사 사이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직원 간에도 활발하다. 대표적 사례가 계열사인 다카라토미아트다. 작년 1월 4개 적자 회사가 합병해 출범한 이 회사는 2008회계연도에 10억엔의 영업적자를 냈다. 그룹에서 보면 한마디로 짐과 같은 회사였다. 그러나 이 회사가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회사 경영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은 사토 게이타 부사장.원래 다카라의 오너 사장이었던 그는 전기자동차 사업 참여 등 다각화에 실패해 회사를 도미에 합병시킨 장본인이다. 그가 적자 덩어리 회사를 바꿀 수 있었던 건 '사원 간 마음의 혁명'이었다. 서로 다른 4개 회사의 직원들이 모여 일체감이 부족했던 조직을 뭉치게 하기 위해 사토 부사장은 '사원 도감'을 만들었다.
여기엔 직원 한사람 한사람의 사진과 몇 가지 문답이 담겨 있다. 직원들은 여기에 가족이나 자신이 키우는 애완견 사진 등을 올리고,별명 취미 등을 소개한다. 서로 낯설었던 직원들은 사원 도감으로 얼굴을 익히고,대화를 주고 받기 시작했다. 말문이 트이고 가슴이 열리면서 조직의 일체감도 강화됐다. 그동안 소통 부족으로 늦어졌던 상품개발 속도가 빨라졌고,모든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이 높아졌다. 그 결과 작년 4월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2009 회계연도엔 3억200만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건 다카라토미 최고경영진의 역할 분담이다. 도미 출신의 도미야마 사장은 골프를 치지 않고,업계 모임에도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집무실에서 묵묵하고 냉정히 경영 결단을 내리는 스타일이다. 반면 다카라 출신의 사토 부사장은 사내외 마당발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한다. 도미야마 사장이 톱다운(top-down)식으로 방향을 제시하면,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사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사람이 사토 부사장이다. 합병회사의 양측 경영진이 음과 양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다카라토미에 '연결전략국'이란 조직이 생긴 건 지난해 11월.2006년 3월 다카라와 도미가 합병해 탄생한 다카라토미는 뿌리가 다른 계열사가 많아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2008년까지만 해도 35개 계열사의 절반에 가까운 16개사가 영업적자를 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미야마 간타로 사장(56)이 고안해낸 게 연결전략국이다. 모회사와 자회사,계열사 간 정보 교환과 의사결정 시스템을 혁신하는 일종의 '핫라인' 조직이다.
이 핫라인이 가동된 이후 다카라토미의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2009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의 연결결산 결과 매출은 1787억엔(약 2조5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05억엔으로 108.9% 증가했다. 합병 이후 최고 이익이다. 만성적자를 냈던 계열사들이 대거 흑자로 돌아선 건 물론이다. 다카라토미그룹의 계열사 중 적자회사는 16개사에서 4개사로 줄었다.
◆물과 기름 같던 두 회사
합병 전의 다카라와 도미는 기업문화가 완전히 달랐다. 다카라는 '일단 해보자'는 도전정신이 강했다. 사원들의 자유로운 발상을 통해 독특한 상품을 개발하는 게 이 회사의 특징이었다. 반면 도미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회사였다. 매일 매일의 숫자를 체크하며 신중하게 판단해 움직이는 보수적 경영풍토였다.
이런 두 회사가 합병하다 보니 '한지붕 두가족'이었다. 특히 합병 초기 모회사 간 통합에 주력하는 동안 계열사들은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다. 당연히 계열사들은 대거 적자를 냈고,그룹 전체의 연결 영업이익률은 2.8%에 그쳤다. 해외 경쟁 완구메이커 중엔 영업이익률이 20%를 넘는 회사도 있다. 다카라토미에 투자한 외국계 펀드인 TPG캐피털 관계자는 "합병 초기 모회사는 물론 계열사들이 제각각 움직이면서 합병에 따른 효율이 전혀 나타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미야마 사장은 해결책을 고민했다. 그는 무엇보다 모회사와 자회사,계열사 간,직원 간 커뮤니케이션 활성화가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만든 게 연결전략국이다.
◆모회사와 자회사 간 '핫라인'
연결전략국의 모토는 '낮은 자세와 열린 마음'이다. 이런 모토로 뛰다 보니 효과가 즉시 나타났다. 모회사와 계열사는 물론 계열사 간에 막혔던 의사소통 통로가 뚫리면서 자연스럽게 낭비가 제거되고 효율이 높아졌다. 예컨대 조달이나 수송에서 경비감축을 검토하고 있던 자회사 A는 연결전략국의 주선으로 그룹 계열기업과 함께 공동 조달과 수송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적자를 내던 A사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팅커벨이란 자회사도 그런 혜택을 톡톡히 봤다. 이 회사 사장은 만나는 것뿐아니라 일주일에 한두 번은 반드시 연결전략국 간부와 전화통화를 한다. 모회사와 자주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면 얻는 게 많다. 정보가 많아져 내부 의사결정이 빨라졌다. 또 팅커벨은 모회사가 갖고 있던 캐릭터의류 사업을 이관받아 판매력을 높일 수 있었다. 모회사의 지원으로 경영컨설팅도 받아 경영효율화를 극대화했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지불하던 캐릭터 라이선스료를 모회사가 그룹 전체로 모아서 내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데도 기여했다. 이로 인해 팅커벨은 관련 비용을 60%나 줄였다. 지난 3월 다카라토미 상하이지점과 상의해 중국 지사 설립을 결정하는 등 해외 진출에서도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그 결과 백화점에서의 매출 저조로 만성 적자였던 이 회사는 적자의 늪에서 빠져 나왔다.
모회사가 자회사의 곤란한 상황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연결전략국의 부수효과다. 자회사 입장에선 '현재 추이라면 목표 달성이 어렵다'거나 '예상 밖의 손실이 날 것 같다'는 등의 보고는 모회사에 직접 올리기 쉽지 않다. 그러나 연결전략국과의 대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상황이 체크된다. 문제를 빨리 발견하면 치유도 쉽다. 연결전략국 이시와타 과장은 "그동안 정보와 주요 의사결정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자회사들이 모회사와 소통을 늘리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사원 도감'으로 일체감 높여
다카라토미의 원활한 소통은 회사 사이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직원 간에도 활발하다. 대표적 사례가 계열사인 다카라토미아트다. 작년 1월 4개 적자 회사가 합병해 출범한 이 회사는 2008회계연도에 10억엔의 영업적자를 냈다. 그룹에서 보면 한마디로 짐과 같은 회사였다. 그러나 이 회사가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회사 경영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은 사토 게이타 부사장.원래 다카라의 오너 사장이었던 그는 전기자동차 사업 참여 등 다각화에 실패해 회사를 도미에 합병시킨 장본인이다. 그가 적자 덩어리 회사를 바꿀 수 있었던 건 '사원 간 마음의 혁명'이었다. 서로 다른 4개 회사의 직원들이 모여 일체감이 부족했던 조직을 뭉치게 하기 위해 사토 부사장은 '사원 도감'을 만들었다.
여기엔 직원 한사람 한사람의 사진과 몇 가지 문답이 담겨 있다. 직원들은 여기에 가족이나 자신이 키우는 애완견 사진 등을 올리고,별명 취미 등을 소개한다. 서로 낯설었던 직원들은 사원 도감으로 얼굴을 익히고,대화를 주고 받기 시작했다. 말문이 트이고 가슴이 열리면서 조직의 일체감도 강화됐다. 그동안 소통 부족으로 늦어졌던 상품개발 속도가 빨라졌고,모든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이 높아졌다. 그 결과 작년 4월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2009 회계연도엔 3억200만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건 다카라토미 최고경영진의 역할 분담이다. 도미 출신의 도미야마 사장은 골프를 치지 않고,업계 모임에도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집무실에서 묵묵하고 냉정히 경영 결단을 내리는 스타일이다. 반면 다카라 출신의 사토 부사장은 사내외 마당발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한다. 도미야마 사장이 톱다운(top-down)식으로 방향을 제시하면,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사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사람이 사토 부사장이다. 합병회사의 양측 경영진이 음과 양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