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상황에서도 편의점에 CCTV가 24시간 촬영된다는 점을 떠올린 20대 여성의 기지로 성폭행범이 경찰에 붙잡혔다고 22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연합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6시30분께 A씨(21.여)는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의 한 호프집 앞에서 술이 덜 깬 채로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술에 취해 지나가던 이모씨(22)가 술기운에 몸을 똑바로 가누지 못하는 A씨를 발견했다.

이씨는 갑자기 A씨에게 다가가 그곳에서 50m가량 떨어진 고시원 건물로 A씨를 다짜고짜 끌고 갔고, 2층 계단에서 A씨를 힘으로 제압해 성폭행했다.

고시원 건물은 골목 안쪽에 있는 데다 주변은 상가 밀집지역이라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다.

일반 여성보다 무술에 능한 A씨였지만 술을 마신 상태라 힘센 남성을 당할 길이 없었다.

범행 직후 현장에 마침 중년 여성 2명이 지나갔지만 이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남 눈을 의식하지 않나'라는 듯한 시선으로 이들을 쳐다보고 그냥 지나쳤다.

"도와주세요"라는 A씨의 외침은 이들 귀에 들리기엔 너무 작았다.

겁에 질려 있던 A씨는 그러나 '범인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차분히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편의점 CCTV는 24시간 촬영된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편의점에 이씨 얼굴이 찍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성폭행 당시 저항하다가 맞아서 코피가 나고 있었던 A씨는 성폭행범이 범행 직후 미안한 기색을 보인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A씨는 동정심을 유발하면서 '편의점에서 휴지를 사다달라'고 부탁했고, 미안한 마음에 성폭행범은 70m 떨어진 편의점에 휴지를 사러 동행했다.

이 남성은 A씨의 계획대로 편의점 CCTV에 얼굴이 선명하게 찍혔다.

작전(?)에 성공한 A씨는 범인과 헤어진 뒤 자신이 머무르던 친구집 근처에 있는 파출소로 택시를 타고 가서 성폭행당한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은 A씨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한 뒤 편의점에 가서 이씨 얼굴이 선명하게 찍힌 CCTV를 확보하고 이날 오후 3시께 이씨를 붙잡았다.

이씨는 A씨 친구의 스마트폰을 훔쳐간 탓에 반경 20∼30m까지 위치 추적도 가능했다.

경찰 확인 결과 이씨는 폭행 전과만 있을 뿐 성폭행 전력은 없었다.

이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서 여자 혼자 서 있는 걸 보고 우발적으로 범행했다. 반성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이씨를 강도강간 혐의로 구속했다.

한경닷컴 경제팀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