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가 '황소장(Bull market)' 진입을 기대하는 것일까. 자기주식(자사주)을 사들이려는 상장사들이 날마다 줄을 잇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통상 주가가 떨어졌을 때 경영진들이 당장 주가하락을 막아보기 위한 비상 대책으로 활용된다.그런데 요즘 상장사들은 탄탄한 주가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자사주 매입을 잇따라 결정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인테리어 전문업체인 한샘은 17일부터 오는 10월 16일까지 자사주 10만주(약 12억원)를 매입키로 했다.

한샘은 이에 앞서 지난 5월 25일부터 6월 7일까지 약 12억4500만원 어치(10만주) 자사주를 이미 매입한 바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5월 중순께 유럽발(發) 재정위기가 불거질 당시 급락한 것을 제외하고는 6월 중순까지 계속 올라 연중 최고치(1만3950원)를 기록할 정도로 탄탄한 주가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도 1만2000원선에서 1만3000원대를 오가며 거래되고 있다.

한샘은 현재 405만여주(지분 약 7%)의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소비자 금융업체인 리드코프도 5월말 이후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오를 만큼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부터 자사주를 매입 중이다. 3월말 현재 리드코프의 자사주 수는 34만5192주다.

리드코프는 오는 10월 12일까지 10억원 어치(약 34만주)를 장내에서 사들일 계획이다. 리드코프는 이날 장중 3185원까지 치솟는 등 1년(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코스닥 상장사인 빛과전자도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자사주 25만주(약 5억2500만원)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빛과전자 역시 최근 두 달 동안 주가상승률이 35%를 웃돌고 있다.

이밖에 만호제강, 대한유화, 동양생명보험, 아세아페이퍼텍, 티씨케이, 삼화콘덴서, 아이디스, 태영건설 등도 주가그래프가 '우상향'을 그리는 와중에 자사주를 취득한 곳들이다.

전문가들은 "경영진들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주로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향후 자사의 주가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공시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또 "자사주의 경우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지만, 경영권이 약한 상장사들의 경우 평소 자사주 취득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는 악재에 대비하기도 한다"며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넘길 경우 자사주 지분 만큼 우호지분이 생겨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진들은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가치 제고와 동시에 잠재 우호지분 확보라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