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조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 무력화 총파업 투쟁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타임오프 반대 투쟁의 구심점인 기아차 노조의 이탈로 오는 21일로 예정된 금속노조의 파업은 동력을 잃게 됐다.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 관계자는 15일 "제2차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논의한 결과 금속노조 총파업 투쟁에 확대 간부와 대의원을 제외한 일반 조합원은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신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시점이란 점을 감안해 교섭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노조는 21일까지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지 못할 경우 22일부터 주 · 야간 2시간씩의 잔업을 거부하는 등 합법적인 압박 수단을 동원하기로 했다. 노조는 지난달부터 주말 특근을 거부해 왔다.

기아차 노조가 금속노조 일정에 따르지 않기로 한 것은 파업 동참시 예상되는 심각한 후유증을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원 임금이나 복지가 아닌 전임자 처우 문제로 파업하면 불법인 데다 "기아차가 왜 총대를 메야 하느냐"는 현장 정서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는 기아차가 타임오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의 대표적인 사업장이란 점에서 올해 하투(夏鬪) 전략에 타격을 입게 됐다. 쌍용자동차에 이어 타타대우자동차와 한국델파이도 노조 전임자 수를 법정 한도만큼 줄이기로 사측과 합의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단체협약이 끝난 100인 이상 사업장 1320곳 중 노사 합의에 이른 곳은 546곳(41.6%)에 달했다. 이 가운데 95.2%가 타임오프 고시 한도를 준수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