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골프의 간판 최경주(40)가 크로케 선수로 변신했다?

제139회 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가 열리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의 연습 그린에서 최경주가 퍼터로 하나로 선수들과 취재진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몇년 전 홍두깨 같은 그립을 퍼터에 장착해 관심을 끌기도 했던 최경주지만 이번 변신은 너무 파격적이다.

최경주는 14일(한국시간) 올드코스 연습 그린에 그립이 두개가 장착된 희한한 퍼터를 들고 나왔다.

그립 하나는 샤프트 끝에 정상적인 위치에 있지만 다른 하나는 샤프트 중간에 있다.

일반 퍼터에 비해 무게도 두 배나 되는 이 퍼터는 미국골프협회(USGA)의 승인도 받았다.

퍼터만 희한한 것이 아니라 어드레스도 특이하다.

어드레스를 취하면 왼손은 샤프트 끝에 있는 그립을 잡고 오른손은 샤프트 중간에 있는 그립을 잡게 돼 허리를 한참 숙여야 한다.

마치 망치 같은 막대기로 공을 쳐서 6개의 기둥문을 통과시키는 경기인 크로케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두발은 퍼트 라인에 평행하게 서는 것이 아니라 왼발이 심하게 열리는 극단적인 오픈 스탠스를 취하게 된다.

이전에 샘 스니드(미국)도 이와 비슷한 스탠스를 취했다가 USGA의 제재를 받았다.

스니드는 가상의 퍼트 라인의 연장선을 두 다리로 걸터 서서 앞으로 밀어치듯이 퍼트를 했는데 현행 골프 규정에는 2벌타를 준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다른 선수의 퍼트 라인에 걸터 서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런 스탠스를 취했을 때는 예외가 된다.

하지만 최경주의 스탠스는 퍼터 라인 연장선에 양발을 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규정 위반이 아니다.

이처럼 희한한 퍼터는 최경주의 퍼터를 오랫동안 제작해준 주안 엘리존도의 작품이다.

엘리존도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런 퍼트는 하나의 지렛대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 때문에 샷의 일관성을 높여 준다"고 주장했다.

최경주는 지난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존디어 클래식에서도 이 퍼터를 사용했지만 컷 탈락했다.

이를 두고 골프용품업계에서는 "최경주의 새로운 퍼터는 짧은 거리에서는 굉장한 위력을 발휘하지만 먼 거리에서는 많은 연습으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경주는 "처음 이 퍼터를 사용했을 때 100% 만족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퍼터의 이론을 믿고 있기 때문에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주는 연습만이 우승을 가져준다고 믿는 연습벌레이기도 하지만 더 좋은 샷을 날리기 위해서는 스윙 교정이나 새로운 장비 교체를 두려워하지 않는 `개혁 성향'이 강한 선수다.

홍두깨 그립은 물론이고 이전 후원사였던 나이키가 개발한 사각 드라이버도 제일 먼저 대회에 들고 나와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이번에는 혁명에 가까운 퍼터를 들고 나온 최경주는 브리티시오픈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