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 어느 날 갑자기 다른 나라 말투로 말을 하게 된 여자가 있어 주변사람들에게 동정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어를 하되 중국어나 불어를 하듯 말하게 되는 이 같은 증상은 전 세계적으로도 100명이 채 안 되는 사람들이 걸린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외국어 말투 증후군'으로 뇌손상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질랜드의 한 신문은 13일 오랫동안 다발성 경화증으로 고생해온 브론윈 폭스(59)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원래 말투를 잃어버리고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부 런던 지방 사람들의 억양이 뒤섞인 것 같은 말투로 말을 하고 있다며 폭스는 한 번도 영국 쪽으로는 가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인버카길에 살고 있는 폭스는 자신이 어디 출신인지는 분명히 알고 있으나 자신의 말투가 어디서 왔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면 어디 출신이냐고 물어 '윈튼'출신이라고 대답하면 그들은 반드시 '원래 태어난 곳이 어디냐'고 다시 물어온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뇌 어딘가에 이상이 생겨 그렇게 됐다는 것을 사람들이 믿으려들지 않는다면서 2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완벽한 뉴질랜드 발음으로 말을 했었다고 밝혔다.

25년 동안 신경질환인 다발성 경화증으로 고생을 해온 그는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자 갑자기 앞이 안 보여 병원에 가서 자기공명 단층촬영(MRI)을 해보자 뇌 뒷부분이 두 군데나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그 때부터 가족들이 자신의 말투에서 이상을 찾아냈다며 "해밀턴에 사는 동생은 내게 전화를 걸었다가 내 목소리를 듣고도 나를 잘 알아보지 못했고,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친구는 전화를 걸었다가 잘못 건 줄 알고 끊어버렸다.

"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딸이 오래된 기사목록에서 편두통을 앓아온 영국 남자가 갑자기 중국어 말투로 말을 하기 시작한 경우라든가, 2차 대전 때 머리에 파편을 맞았던 노르웨이 여성이 독일어 발음으로 말을 하게 된 사실을 찾아내면서 자신의 증상에 대해 바로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자신이 일부러 그런 말투를 흉내 내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자신은 3대째 뉴질랜드에서만 살고 있는 사람으로 영국에는 가 본 적도 없고 더군다나 연기는 할 줄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의사들은 폭스의 증상을 확인하고도 별다른 도움은 줄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있다.

폭스는 자신의 말투가 바뀐 것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만일 일본어 말투로 바뀌었다면 아마 뭔가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그는 다발성 경화증은 이 보다 더한 결과도 많이 낳는다면서 자신은 남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유머 감각을 하나 더 갖게 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남편인 렉스도 아내의 증상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대단히 재미가 있어 지겨운 일상을 가끔 환하게 해준다.

"고 말했다.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