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재정위기에서 한발 비켜나 있다. 국가신용등급도 전혀 변함이 없고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도 40bp(1bp=0.01%포인트) 이하로 그리스(500bp) 스페인(150bp) 등에 비해 훨씬 낮다. 그만큼 부도위험이 낮다는 뜻이다.

이유가 뭘까. 몇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복지 개혁을 통해 재정 악화를 미리 막았다는 점이다. 북유럽 4개국은 유럽 중에서도 고(高)복지국가에 속한다. 이들 국가가 복지 과잉에 칼을 들이댄 것은 1990년대 초 금융 · 재정위기를 겪고 나서다. 복지지출의 과도한 증가가 국가 전체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을 눈으로 확인한 이후였다. 특히 스칸디나비아 3국(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은 1993년 이후 강력한 재정개혁을 통한 사회복지 감축,세수 확충,공기업 민영화,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했다.

이 가운데 스웨덴의 연금개혁은 주목할 만하다. 스웨덴 연금개혁의 핵심은 '필요한 만큼 지급하는 제도'(확정급부형:DB형)에서 '기여한 만큼 지급하는 제도'(확정기여형:DC형)로 일대 전환을 단행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스웨덴은 부담금(사회보장세)을 올리지 않고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인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됐다.

스웨덴은 또 연금 개시 연령을 종전처럼 65세로 놔두었지만 61세부터 수급을 시작하면 75%만 지급하고 67세로 수급을 연기하면 157%로 증액하는 식으로 바꿨다. 지급액 기준도 최근 15년간 평균에서 취업기간 전체 평균으로 개정했다. 급여 수준은 소득비례연금과 기초연금 가운데 소득비례연금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기초연금은 점차 감소되도록 재설계했다.

노르웨이도 근로자의 실업보험제도 개혁을 통해 실업보험 수령 자격을 강화하면서 기간도 1.5~3년으로 단축했다. 핀란드는 사민당이 집권한 1995년부터 복지 개혁에 나서 가정양육수당 20% 감축,아동수당 6% 감축,사회복지 관련 수당의 물가연동 폐지 등 재정절감 방안을 강력히 추진했다. 또 1999년부터는 사회복지 비용에 대한 근로자 부담률을 종전 5%에서 20%로 크게 높인 대신 정부와 기업 부담률은 각각 40%로 낮췄다.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복지지출을 줄이고 조세 부담을 늘릴 경우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치게 마련이지만 북유럽 4개국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정부 개혁 정책에 적극 호응하며 40%대 후반에 달하는 조세부담률을 묵묵히 견뎌냈다. 이는 공공 부문의 투명하고 깨끗한 행정과 효율성,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지금도 북유럽 국민들은 "세금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으면 "세금을 많이 낸 만큼 많이 돌려받기 때문에 불만이 없다"고 말한다.

[한국 '복지병 수렁'에 빠지나] 북유럽, 덜 주고 더 받고 늦추고…과잉복지에 과감한 '메스'
복지 개혁으로 북유럽 4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은 1995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스웨덴은 1989년 사회복지지출 비중이 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최고 수준이었으나 2000년에는 30.7%로 낮췄다.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도 30%대이던 복지지출 비중이 20%대로 낮아졌다. 덕분에 북유럽 4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0~50%(2009년 기준)로 매우 안정적이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dykim@hr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