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뜨거운 여름 날,조상들이 즐겨먹던 음식이 초계탕이다. 큰 그릇에 새콤달콤한 얼음 육수를 띄우고 기름기를 쏙 빼 잘게 찢은 닭고기와 야채를 담근 뒤 고기와 야채를 함께 떠먹기 때문에 담백한 맛이 으뜸이다. 전국에 초계탕으로 유명한 맛집이 즐비하지만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에 있는 C식당은 유별나다. 땀이 쏙 들어가는 시원한 맛과 더불어 벽면에 주인의 아들과 딸 사진이 큼직하게 걸려있다.

C식당의 K사장은 "아들은 군대에 있고,딸은 직장을 다녀 서로 떨어져 있지만 자식들이 부모가 하는 일을 사진을 통해서라도 바라보라는 뜻에서 걸어둔 것"이라 말한다. 흔히 손님들은 K사장이 두 남매의 사진을 보며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반대다. K사장은 두 남매에게 "아비가 열심히 사는 것을 똑바로 보라"는 뜻에서 걸었다고 한다.

최고경영자(CEO)의 집무실에도 벽이나 책상에 사진을 걸거나 놓는 경우가 흔하다. 이때도 가족 사진보다는 임직원과 함께 찍은 사진이 회사의 사업운에 유리하다. CEO는 회사의 경영뿐만 아니라 임직원들과 그들의 가정까지 책임지는 어버이 같은 존재다. 만약 집무실에 CEO 자신이 포상받을 때 찍은 사진만 즐비하면 직원들은 이기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가족 사진을 놓아두면 회사보다 가족을 우선시한다는 인상을 풍길 것이다.

반면에 임직원과 찍은 사진을 놓아두면 직원들로부터 애사심과 존경심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물론 서양에서는 CEO들이 주로 가족 사진을 놓아둔다. 하지만 가부장적인 전통이 강한 동양,특히 우리나라에선 가족 사진보다는 임직원 사진이 더 어울린다. 임직원과 찍은 사진은 회사와 CEO를 복되게 한다.

CEO 집무실에서 특히 관심가져야 할 것은 책장에 꽂힌 책이다. 책은 타인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책은 CEO의 인격과 지식 수준을 대변하기도 한다. 또 CEO가 어느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따라서 집무실에는 회사 업무와 관련된 전문 서적을 비치하는 것이 좋다. 회사의 연감과 사사(社史)같은 자료도 괜찮다. 역사나 문화,경영과 자기개발에 관한 책도 상대방에게 호감을 준다. 하지만 책장 안이 비어 있거나 휑해 보여서는 안된다. 세월이 훌쩍 지난 월간지,한 번도 펼쳐보지 않을 것 같은 전집류,삼류 소설책 등이 있다면 차라리 폐기하는 것이 품위 유지에 도움이 된다.

CEO 집무실에 어울리지 않는 소품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업식이나 입주시 선물로 받은 장식용 괘종시계와 입식형 거울 등이 대표적이다. 고전미가 풍기는 큼직한 괘종시계는 분위기만 무겁게 만든다. 전신을 비추는 커다란 거울을 집무실에 두면 CEO의 집중력이 떨어진다. 거울은 벽에 걸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아담한 것이 적당하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