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국토균형론'에 미래 기댈 셈인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경이 무너지는 시대 흐름봐야
경쟁통한 고부가산업 육성 정답
경쟁통한 고부가산업 육성 정답
지난주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던 날 가장 뜻밖의 사건은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친히 반대토론에 나선 것이다. 그가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선 것은 2005년 한나라당 대표연설 이후 처음이라 하니 얼마나 작심한 일인가. 이날 박 의원은 "한국 수도권의 인구밀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최고인데 국민의 반이 사는 지방은 텅텅 비어가고 있다"며 "미래 국토균형발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세종시 법 원안"임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알려진 분이고 그의 말이라면 무조건 신봉하는 국회의원,정치가들이 무수히 많다. 그런 분이 과연 이렇게 믿는다면 이는 보통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수도분할,공공기관 하방(下放),행복도시와 16개 혁신 · 기업도시 건설 등은 모두 노무현 정권 시절 국토균형이념의 산물이다. 이같이 전임 정권이 박은 대못을 현 정권이 빼는 데 실패한 것은 큰 실책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실패는 우리 국정지도자들이 아직도 이 미망의 이념에 포로가 돼 국가 미래책략을 망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노 정권의 국토균형이념에 대해서는 그간 수많은 상식적 반론이 제기돼 왔다. 한국의 인구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나마 국토의 3분의 2는 거주가 불가능한 산지(山地)라서 수도권이 거대하게 커졌다. 그러나 지방의 어떤 평지도 텅텅 비기는커녕 세계 어느 나라보다 숨 막히게 개발되고 있음이 현실이다. 과연 이 작고 밀집한 나라의 전 국토를 골고루 개발해 모두 평준화시키자는 이론이 적절한 것인가.
세종시 개발과 지원이 국토균형을 위함이라는 주장은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2000년대 충청남도의 지역총생산(GRDP) 증가율은 전국 평균의 2배가량 높았고 1인당 GRDP(2996만원 · 2008년)도 광주(1552만원) 대구(1359만원)의 두 배에 이른다. 2000~2009년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체 2494개 중 1327개가 충청도에 몰렸다. 정직하고 생각 있는 국토균형주의 정치가라면 이렇게 수도권에 연접해 살쪄가는 충청도가 아니라 대구,광주에 플러스 알파를 주자고 주장해야 할 것 아닌가.
무엇보다 우리 국토균형론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시대정신을 오도한다는 것이다. 21세기 글로벌 시대는 국경의 의미가 사라지고 '세계적 도시(global city) 간 경쟁'의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오늘날 세계의 대도시는 현대적 고부가가치산업을 창출하고,이를 생산할 지식 인력 자본을 유치하고 배양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은 포린 폴리시의 '2008 글로벌 도시'평가에서 9위,일본 모리 기념재단의 '2009 글로벌 시티 능력지수'평가에서는 12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의 행운이며 거대한 자산 아닌가. 그간 우리 수도권은 한국 경제의 심장으로 세계적 기업 유치,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둥지가 돼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금세기 들어 수도권 산업규제,국토균형 정책,평등주의와 반(反)개방정책이 득세하면서 수도권의 경쟁력 상승을 억제해 왔다.
오늘날 한국은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 초밀집 지식국가다. 이런 인력은 글로벌 세계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첨단산업,금융,교육,의료,법률,문화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구름처럼 일으킬 때 넉넉히 고용될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론은 바로 이를 해결할 개방 · 경쟁을 이끌어내는 대신에 폐쇄된 국가자원을 나누어 균형을 이루자는 이론이다. 우리 정치가들이 이런 이론에 집착할 때,국민의 에너지는 국가에 부(富),개인에게 보람찬 직장을 제공하는 대신 세종시,4대강 같은 분노와 갈등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박 의원은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알려진 분이고 그의 말이라면 무조건 신봉하는 국회의원,정치가들이 무수히 많다. 그런 분이 과연 이렇게 믿는다면 이는 보통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수도분할,공공기관 하방(下放),행복도시와 16개 혁신 · 기업도시 건설 등은 모두 노무현 정권 시절 국토균형이념의 산물이다. 이같이 전임 정권이 박은 대못을 현 정권이 빼는 데 실패한 것은 큰 실책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실패는 우리 국정지도자들이 아직도 이 미망의 이념에 포로가 돼 국가 미래책략을 망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노 정권의 국토균형이념에 대해서는 그간 수많은 상식적 반론이 제기돼 왔다. 한국의 인구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나마 국토의 3분의 2는 거주가 불가능한 산지(山地)라서 수도권이 거대하게 커졌다. 그러나 지방의 어떤 평지도 텅텅 비기는커녕 세계 어느 나라보다 숨 막히게 개발되고 있음이 현실이다. 과연 이 작고 밀집한 나라의 전 국토를 골고루 개발해 모두 평준화시키자는 이론이 적절한 것인가.
세종시 개발과 지원이 국토균형을 위함이라는 주장은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2000년대 충청남도의 지역총생산(GRDP) 증가율은 전국 평균의 2배가량 높았고 1인당 GRDP(2996만원 · 2008년)도 광주(1552만원) 대구(1359만원)의 두 배에 이른다. 2000~2009년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체 2494개 중 1327개가 충청도에 몰렸다. 정직하고 생각 있는 국토균형주의 정치가라면 이렇게 수도권에 연접해 살쪄가는 충청도가 아니라 대구,광주에 플러스 알파를 주자고 주장해야 할 것 아닌가.
무엇보다 우리 국토균형론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시대정신을 오도한다는 것이다. 21세기 글로벌 시대는 국경의 의미가 사라지고 '세계적 도시(global city) 간 경쟁'의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오늘날 세계의 대도시는 현대적 고부가가치산업을 창출하고,이를 생산할 지식 인력 자본을 유치하고 배양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은 포린 폴리시의 '2008 글로벌 도시'평가에서 9위,일본 모리 기념재단의 '2009 글로벌 시티 능력지수'평가에서는 12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의 행운이며 거대한 자산 아닌가. 그간 우리 수도권은 한국 경제의 심장으로 세계적 기업 유치,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둥지가 돼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금세기 들어 수도권 산업규제,국토균형 정책,평등주의와 반(反)개방정책이 득세하면서 수도권의 경쟁력 상승을 억제해 왔다.
오늘날 한국은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 초밀집 지식국가다. 이런 인력은 글로벌 세계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첨단산업,금융,교육,의료,법률,문화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구름처럼 일으킬 때 넉넉히 고용될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론은 바로 이를 해결할 개방 · 경쟁을 이끌어내는 대신에 폐쇄된 국가자원을 나누어 균형을 이루자는 이론이다. 우리 정치가들이 이런 이론에 집착할 때,국민의 에너지는 국가에 부(富),개인에게 보람찬 직장을 제공하는 대신 세종시,4대강 같은 분노와 갈등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