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쪽지방을 여행하기 앞서 자료를 얻을 생각으로 해당 지역 관청에 연락했다. 전화로 통화하면서 기대 이상의 친절한 설명에 놀랐고 현지에서는 관광자원의 체계적인 관리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보고 다시 한번 감탄했다. 경영 마인드와 서비스 마인드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지역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의 일꾼을 직접 뽑는 지방자치제가 자리를 잡으며 거두게 된 반가운 수확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는 관광객 스스로가 방치되어 있는 볼거리를 어렵게 찾아다녀야 했고 설령 찾는다 해도 겉모습만 보고 가기 일쑤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소도시도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유적을 발굴,보존하는 것은 기본이다. 관광지 하면 거대한 시멘트 건물을 연상하던 때와는 달리 인공을 배제하고 가급적 지역의 환경 특성을 살려 자연 그대로를 유지한 생태공원 등은 교육적 활용도 측면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주요 관광지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게 도와주는 투어 버스는 매우 유용하고 편리한 수단이다. 더구나 관광지마다 깔끔한 자료가 비치되어 있거나 지자체에서 고용한 해설사가 자세한 설명까지 해주니 형식적인 패키지 여행 이상의 만족을 얻게 된다.

필자는 휴가를 고향에서 보내달라는 간곡한 안내문을 여러차례 받은 적이 있다. 중앙정부에서 시장이나 군수를 임명하던 시절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뿐만 아니다. 찾아오게 할 방법에서 돈을 쓰게 할 방법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마케팅 범위는 이미 민간 기업에 버금갈 정도로 넓어졌다. 특산품 브랜드를 만들어 농가 소득을 높이는 것은 물론 대학 등과 연계해 연구에 투자함으로써 꾸준히 특산품의 질적 향상을 꾀한다.

요즘은 구청이나 시청 어디를 가도 공무원들이 친절하고 가급적 민원인 입장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등 서비스 정신도 크게 개선된 것 같다. 환경을 아름답게 꾸미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다리 난간에 화분을 설치하거나 산책로,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주민의 건강과 취미생활을 도우려는 노력은 선진국 못지않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일부 자치단체들이 엉뚱한 부분에서 도를 넘어 경쟁하는 모습에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대표적으로 호화청사 문제를 보면 자치단체장이 주민의 돈을 함부로 쓰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예산 낭비는 재정 악화를 야기해 주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천문학적 돈을 들인 치적이라 착각할지 모르겠으나 고작 콘크리트나 유리 덩어리에 불과한 건축물이 후대에까지 명작으로 인정받을 리도 만무하다.

주민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이면에선 주민의 재산을 탕진하는 것은 주민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다. 주민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바보가 아니라 기업의 오너와 같은 존재다. 기업의 오너가 전문경영인에게 책임을 묻듯 주민들 역시 투표로서 자치단체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제대로 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 hsyu7114@ligstoc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