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진출을 타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높은 관심에 비해 현지법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설립자본금은 최소 수십만 달러"라는 현지 동업자의 말만 믿고 우즈베키스탄에 거액을 한번에 투자할 뻔했던 중소기업 A사가 좋은 예다. CIS 국가 대부분은 자본금을 설립등기 후 1년 내에만 완납하면 된다. 자금 조달에서부터 애를 먹었던 A사는 자문을 통해 현지법을 파악한 다음에야 자금 융통에서도 한숨 돌리고 세테크 전략까지 정비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법무법인 화우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사무소장인 김한칠 러시아 변호사는 A사의 문제를 'CIS 현지법에 대한 정보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한 다리만 건너면 대통령과 연결되는 사이'라며 마당발과 정보통을 자처하는 현지인의 말을 법보다 의지했다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CIS 국가에 대한 선입견 중 하나는 '법보다 뇌물'이 통용될 거란 믿음이다. 하지만 CIS 각국은 부패방지법을 제정하며 국가투명성 제고에 힘을 쏟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김영옥 러시아 변호사는 "카자흐스탄은 1999년 부패방지법 제정 후 자국 공무원들의 부패와 외국 기업들의 뇌물 공여에 엄격해졌다"고 말했다.

에너지나 광물개발 사업 등에서 현지 유력 관계자들의 도움이 필요해도 '편법과 위법 사이'의 줄타기에 신경써야 유비무환이다. 김 변호사는 "컨설팅 자문 계약 등을 맺어 적법한 보수를 지급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법의 제 · 개정 추세를 따라가고 개정이 잦은 CIS 법률 체계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법무법인 율촌의 이화준 러시아 변호사는 "경쟁보호법(공정거래법)이나 세법 등 기업들에 중요한 법률이 계속 개정되고 있어 늘 최신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율촌의 드미트리 레투노프 러시아 · CIS 전문위원은 "CIS 국가 간 갈등관계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례로 영토 분쟁 등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에 투자하던 건설회사 B사는 아르메니아에서 프로젝트를 수주한 다음 아제르바이잔 정부의 태도가 돌변해 아제르바이잔 투자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