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타는 승강기니 나도 한번 타볼까. (중략)…땅속으로 몇만길이나 떠러지는지 현기증이 난다. 급행차가 시골 정거장 지나드시 4층 3층 2층 그 다음에 가서 승강기가 딱 슨다. 엉겹결에 튀여나와 돈도 안 내었다. 나만 공짜인가 보다. 아니다. 남들도 돈을 안낸다. "

1932년 잡지 '별건곤'(50호)에 실린 '소대가리 시골 학생이 처음 본 서울'이란 글의 일부다. 당시 엘리베이터를 처음 타 본 시골 학생의 경험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한 시골 학생에게 현기증이 날 정도로 신기한 경험을 안겨줬던 우리나라의 엘리베이터 역사는 올해로 100년을 맞았다.

◆조선호텔,최초 승객용 엘리베이터 설치

우리나라 최초의 승강기는 일제 강점기인 1910년 일본인 다쓰노 긴고 박사가 조선은행에 설치한 화폐운반용 수압식 승강기와 요리 운반용 리프트로 알려져 있다. 승객용 엘리베이터는 1914년 지금의 웨스틴조선호텔인 철도호텔에 처음 설치됐다. 1941년 서울 화신백화점에 우리나라 최초로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기도 했다. 이후 1980년대 정부의 건설 육성 정책으로 아파트에 엘리베이터가 대거 공급되고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외국인들이 한국 엘리베이터를 타면 깜짝 놀라는 게 있다. 바로 거울이다. 외국엔 거울이 달린 엘리베이터가 거의 없다. 승강기에 탄 사람들은 버릇처럼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면서 머리도 만지고 옷매도 살핀다. 사내 커플들에겐 엘리베이터가 몰래 데이트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보안문제로 감시용 카메라가 달린 이후 이런 엘리베이터 낭만도 사라졌다.

◆연간 3만대 설치,세계 8위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40만대 이상의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등 승강기가 운행되고 있다. 매년 2만5000대에서 3만대가량을 새로 설치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8위 규모다.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규모는 연간 1조5000억~1조6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엘리베이터와 미국계 오티스엘리베이터,독일계 티센쿠르프엘리베이터 등 3대 메이저 회사가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전기 · 전자 및 정보기술(IT)복합기술과 결합된 첨단 엘리베이터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5일 주차장이나 집안에서 유무선 전화를 이용해 엘리베이터를 미리 예약할 수 있는 '모바일 콜 엘리베이터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 승강기는 올라갈 때 주차장 기둥에 설치된 단말기에 카드를 접촉하고 내려갈 때는 거실벽에 있는 단추를 눌러 승강기를 부르는 방식이었다. 새 방식을 이용하면 승강장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매희 현대엘리베이터 홍보팀장은 "첨단 IT가 접목된 엘리베이터와 고속 엘리베이터 개발이 해외시장 개척의 승부를 판가름할 것"이라며 "현재 분당 1080m 속도를 자랑하는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개발된 상태"라고 전했다.

◆승강기대학도 탄생

엘리베이터가 한반도에 상륙한 지 100년 만에 경사도 생겼다. 지난 3월 승강기 엔지니어를 키우기 위해 최초의 승강기대학이 경남 거창에 문을 연 것.바로 한국승강기대다. 이 대학은 승강기 기계설계과,승강기 전기설계과 등 5개과 220명의 신입생을 모집했다. 경남 거창군과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은 거창군을 승강기 산업 허브로 키우기 위해 2018년까지 2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