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품 시장이 커지는 첫 번째 원인으로 업계에서는 경제력 향상을 꼽는다. 선진국 사례를 볼 때 명품시장이 꽃을 피우는 시점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언저리에 접어들 때란 점에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빈부 격차가 확대된 것도 명품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소비자학과)는 "부동산과 주식 등으로 쉽게 돈을 번 '졸부'가 많을수록 그 나라 명품시장은 커진다"며 "돈 많은 계층이 명품을 사기 시작하고 한국인 특유의 '지면 안된다'는 경쟁심리가 퍼지면서 전체 명품시장이 확대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 명품시장이 '과시'를 넘어 '동조' 또는 '일상화'의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돈이 많다'고 자랑하기 위해 명품을 사들이는 단계를 지나 이제는 '주변에서 루이비통이 인기라면 빚을 져서라도 사야 한다. 안 그러면 왕따가 되니까'란 이유로 구매하는 동조문화가 뿌리내렸다는 얘기다.

2007년 국내에 소개된 '명품 열풍 보고서'인 '럭스플로전'에 따르면 한 국가에 동조문화가 확산될 때 명품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이 바로 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 글로벌 명품업체들이 '엔트리 제품'을 대거 내놓은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