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맥락 문화'와 '고맥락 문화'

동서양의 문화 차이를 논할 때 서양의 저맥락 문화(low-context culture)와 동양의 고맥락 문화(high-context culture)를 많이 얘기합니다. 서양에서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을 가르칩니다. 갈등이나 비판도 직선적이고 명확하고,공개적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주목적은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고,직접화법을 선호합니다. 대체로 글로벌 비즈니스 무대에서는 서양식 커뮤니케이션이 선호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고맥락 문화를 가진 동양에서는 논쟁을 회피하고 타인의 감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교육받습니다. 듣는 입장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간접화법을 선호하고 메시지의 신중함을 중시하며,행간의 숨겨진 뜻을 읽어내는 감각이 발달합니다. 한국의 경우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식으로 겸손함과 진정성을 높이 평가하는 데다,서열주의나 관료주의적 성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고맥락의 간접화법은 서양 기준으로는 속을 알 수 없는 모호함,소극성,부정직함,불투명함 같은 부정적인 면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영어로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법

그렇다면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영어로 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첫째,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자세가 신중한 자세보다 후한 점수를 받습니다. 신중을 기해 완벽한 답을 주기보다는 그때그때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함께 일하기 편한 사람이란 인상을 줍니다. 비약하자면 겸손한 것보다 잘난 척 하는 것이,침묵하기보다 자기 생각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서양의 사고방식에서는 결론-부가설명 순의 화법을 구사하는 것이 더 명쾌하고 적합합니다.

둘째,쉽고 분명한 표현을 쓰는 것입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입장에서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문법적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고 유려한 표현이나 관용구를 욕심 내는 것보다 핵심을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어민처럼 세밀한 뉘앙스까지 전달하지 못한다면 의도하지 않은 톤으로 들리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셋째,감정적 표현이 아닌 사실 위주의 직선적인 표현을 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It's a game(그건 게임이야)"은 "It's only a game(그건 게임일 뿐이야)"과 내포된 메시지가 다릅니다. 후자의 경우는 '왜 이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난리야'란 뉘앙스를 전하기 때문입니다. 부사 하나만 더해도 뉘앙스가 달라집니다. 악센트를 어디에 두는가,어떤 억양으로 말하는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정이 섞일 수 있는 표현들은 신중히 사용해야 합니다.

넷째,칭찬과 감사의 표현을 얼마나 자연스럽고 꼼꼼하게 구사하느냐만 봐도 그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알 수 있습니다. 저맥락 문화권에서는 외교적 표현도 중시합니다. 특히 감사 표현은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매너입니다. 이런 제스처에 소홀할 경우 거만하다거나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될 정도로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다섯째,상대방의 관점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려는 태도입니다. 여기에 설득적 커뮤니케이션의 마법이 숨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I로 시작하는 문장보다는 You로 시작하는 문장이 효과적입니다. "I have a good idea(제가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보다는 "You may like this idea(당신은 이 아이디어가 맘에 드실 겁니다)"처럼 상대방의 입장에서 얘기를 풀어가면 더 큰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여섯째,긍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긍정적인 관점에서 질문해야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확률이 커집니다. 한국인들이 영어로 얘기할 때 잘못 사용하는 대표적인 표현이 'You'd better~'인데,보통 권유나 제안의 뉘앙스로 사용하는데 거만하게 비꼬거나 경고하듯이 '~하는 게 좋을거야'로 들릴 수 있습니다. 'You must~(꼭~해야 한다)' 'You should~(~정도는 알아야지)'같은 표현도 거만한 명령조로 들릴 수 있기 때문에 문맥에 따라 표현의 질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합니다.

#글로벌 문화코드는 '다양성'

마지막으로 글로벌 트렌드인 'diversity(다양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태도에 있어서 다양성을 포용하려는 노력이 그것입니다. 공식 비즈니스 문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주고받는 농담까지 커뮤니케이션 대상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언어를 쓰는 문화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의 호칭으로 사용되는'Miss'나 'Mrs'를 'Ms'로,'chairman'은 'chairperson'과 같은 중성적 단어로 바꿔 사용하는 게 좋은 예입니다. 장애인을 'the disabled'가 아닌 'the physically challenged'로,노인은 'the old'가 아닌 'the elderly'나 'seniors'로,흑인을 뜻하는 'black people'이란 말도 'colored people'이란 완곡한 표현으로 바꿔 씁니다.

다양성이란 글로벌 시대의 문화코드에 걸맞은 커뮤니케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개방적인 태도와 열린 사고가 필요합니다. 상대방은 영미권이니까 최고경영자를 이름으로 불러도 된다는 고정관념도,서열문화를 의식해 감히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느냐고 불편해하는 것도 유연하지 못한 태도입니다. 그리고 '영어능력=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이 절대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오히려 '우리말=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이란 공식이 맞습니다.

영어능력은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요소 중 하나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핵심 메시지를 얼마나 분명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느냐입니다. 열린 마음과 자신감 넘치는 자세가 여러분을 멋진 커뮤니케이터로 만들 것입니다.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