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Zoom Up] 크레아젠, 수지상세포 기술로 간암·전립선암 신약 개발 '눈앞'
바이오벤처기업 크레아젠의 배용수 대표(53).그는 지난 4월 미국 바이오기업 덴드리온이 전립선암 치료제 '프로벤지'의 식품의약국(FDA) 시판허가를 취득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복잡한 심경에 빠져들었다.

핵심면역세포로 알려진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를 신약 개발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덴드리온의 세계 최초 상용화 성공은 크레아젠에도 분명 호재다. 하지만 1998년 창업 후 동일 분야에서 전력질주했지만 신약 개발 '1호 타이틀'을 뺏긴 아쉬움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배 대표는 "세계 최초의 타이틀은 연구개발(R&D) 능력이 아닌 치료 질병의 선택에서 갈렸다"고 말했다.

크레아젠이 개발 중인 신장암 치료제 '크레아박스RCC'는 이미 2007년 임상 2상을 마치고,3상 임상과 동시에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조건부 판매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결국 환자 수가 많은 전립선암과 달리 신장암은 임상에 참여할 표본환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상용화가 늦어졌다는 게 배 대표의 설명.

크레아젠은 현재 수지상세포 기술을 기반으로 신장암 외에 간암(크레아박스HCC · 2상 승인),전립선암(크레아박스PC · 2상 완료),류머티스관절염(크레아박스RA · 1상 승인) 등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간암치료제는 일본에서 동시에 임상을 진행하고 있고,류머티스관절염 치료제의 임상단계 진입은 전 세계적으로 수지상 세포기반의 첫 시도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배 대표는 "암 관절염 등 대부분 질환은 면역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자가면역질환"이라며 "각종 난치병은 체내 면역세포기능을 강화함으로써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지상세포는 면역세포 중 가장 강력하고 전문화된 항원제시세포(antigen-presenting cell)로 암이나 감염성 질환에 대해 방어면역을 유도하는 핵심 면역세포로 알려져 있다. 모양이 나뭇가지처럼 생겨 수지상세포로 이름 붙여졌다.

크레아젠의 경쟁력은 수지상세포 기술과 함께 국제 특허를 갖고 있는 CTP(cytoplasmic transduction peptide) 항원 전달기술을 꼽을 수 있다. CTP는 생물학적 제제 등이 세포막은 쉽게 투과하지만 핵으로는 이동하지 않아 유전자 손상을 최소화하는 약물 전달기술을 일컫는 용어다.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한 배 대표는 캐나다 캘거리대에서 바이러스 면역학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이후 하버드대 에이즈(AIDS)연구팀에 참여해 수지상세포 연구에 참여하게 된 것이 회사를 직접 차리게 된 배경이다.

올해 창업 12년째를 맞은 크레아젠은 순수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기업을 표방하고 있어 별도 수익사업이 미미하다. 그렇다보니 신약 개발의 지속성에 대한 의심 등 외부의 회의적인 시선이 항상 딜레마로 작용했다.

크레아젠은 지난해 말 중외홀딩스 자회사인 중외신약과 전격적으로 합병했다. 중외신약이라는 안정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확보함으로써 회사 최대 취약점인 재무구조 불안을 일시에 해소하겠다는 의도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