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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마을] 기수만 바꾼다고 제대로 갈까요? 코끼리를 길들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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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의 가설 | 조너선 헤이트 지음 | 권오열 옮김 | 물푸레 | 432쪽 | 1만7500원
    행복은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마음먹기 만큼 외부조건도 중요
    안팎의 조건 커뮤니테이션해야
    [책마을] 기수만 바꾼다고 제대로 갈까요? 코끼리를 길들여야죠
    심리학자 앨리스 아이센은 미국 필라델피아를 돌며 공중전화에 10센트짜리 동전을 남겨놓는 실험을 했다. 전화기에서 동전을 주운 사람이 통화를 마치고 나올 때 종이뭉치를 일부러 떨어뜨리고 그 사람이 주워주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실험 결과 그냥 전화만 이용한 사람보다는 동전을 주운 사람이 종이뭉치를 주워주는 비율이 더 높았다. 과자,사탕봉지,문구류 등을 나눠주거나 다른 사람이 이기도록 비디오게임 결과를 조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행복한 사람의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더 친절하고 남을 도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에는 어떨까. 이타적인 행동이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하거나 장기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까. 심리학자 제인 필리어빈이 헌혈자들을 심층 연구한 결과 헌혈 행위가 그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 각종 자원봉사에 대한 폭넓은 자료조사를 통해 남을 돕는 것은 결국 자신을 돕는 효과를 낸다는 걸 알아냈다. 미시간대의 스테파니 브라운과 동료들은 노년층 부부에 대한 대규모 추적 연구를 통해 배우자,친구,친척 등에게 많은 도움과 지원을 제공한 사람들이 도움에 인색한 이들보다 장수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책마을] 기수만 바꾼다고 제대로 갈까요? 코끼리를 길들여야죠
    《행복의 가설》은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던 미덕을 과학적 연구 결과로 설명한다. 버지니아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인간의 마음은 코끼리 위에 올라 탄 기수와 같다고 비유한다. 기수는 의식적이고 통제된 생각이며,코끼리는 직감 · 본능적 반응 · 감정 · 육감이다. 코끼리는 자연선택에 의해 인생 게임에서 승리하도록 프로그램돼 있고,기수는 언어와 이성을 동원해 코끼리를 지원하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기수가 코끼리를 모는 것이 아니라 코끼리가 기수를 모는 것이다. 따라서 기수가 변화를 결심하고 코끼리에게 그 계획에 따르도록 명령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우리가 해마다 새해 목표를 세우지만 작심삼일에 그치는 건 이런 까닭이다.

    코끼리가 신경을 쓰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인생게임에서 이겼을 때 얻게 되는 위신과 명성이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 더 큰 행복을 찾을 수 있는데도 코끼리는 자기 안에 프로그램된 목표만 추구하고,기수 역시 한통속이 돼 코끼리를 대변한다. 따라서 변화를 가져오려면 코끼리를 재훈련시켜야 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동서양의 오래된 철학과 종교적 전통을 넘나들며 그들이 전하는 지혜를 현대의 뇌과학,인지심리학,신경학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입증하고 때론 비판한다. 특히 행복은 내면으로부터 온다는 석가모니와 스토아학파의 행복 가설은 잘못됐다며 우리를 지속적으로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외부적 요인에도 주목한다. 소음 없는 조용한 환경,짧은 출퇴근 거리,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같은 삶의 조건이나 명상 · 운동 · 신기술 습득 · 휴가 등의 자발적 활동이 행복감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그가 주목하는 것은 타인들과의 관계다. 그는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풍요롭고 만족스러운 삶은 나 자신과 타인,나 자신과 나의 일,나 자신과 나보다 더 큰 어떤 것 사이에 올바른 관계를 설정할 때 가능해진다는 게 이 책의 핵심 주제"라며 "이 관계들을 올바로 정립할 수 있다면 행복은 자연히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낭만적 사랑과 부모 · 자식 간의 사랑,열정적 사랑과 우애적 사랑을 상세히 분석한다. 이를 통해 강력한 사회적 관계의 형성은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담배를 끊는 것 이상으로 수명을 연장시키며 수술 후 회복속도를 높이고 우울증과 불안장애의 위험을 줄여준다고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설명한다.

    그래서 그는 "우리는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 인간은 사랑하고 친구가 되고 도와주고 공유하고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삶과 얽어매도록 미세조정된 감정들로 가득한 초사회적인 종(種)"이라고 설명한다. 사르트르의 희곡 《출구 없는 방》에 나오는 인물은 "지옥이란 바로 타인들"이라고 말하지만 천국 또한 다른 사람들한테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기수이자 코끼리이며 우리의 정신건강은 이 둘이 얼마나 서로 협력하고 각자가 상대의 강점을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 행복의 조건 중 일부는 내 안에 있고,나머지는 나의 바깥에 있다는 것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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