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금융감독개혁 법안 단일화팀이 지난주 어렵게 합의한 최종 법안을 다시 수정해 대형 은행과 헤지펀드에 대한 수수료 부과 조항을 철회했다. 이 수수료는 사실상 은행세로 간주돼왔다.

상원과 하원의 단일화팀은 29일(현지시간) 이 조항의 폐기 및 대안 조항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각각 찬성 7표,반대 5표와 찬성 20표,반대 11표로 통과시켰다. 만일 이번 주말까지 양원 전체회의에서 폐기 · 대안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금융감독개혁 최종 법안은 당초 계획한 7월4일(독립기념일)까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 개정 절차를 마치는 것이 어려워진다.

단일화 법안의 수수료 부과 조항은 자산 500억달러 이상인 대형 은행과 100억달러 이상인 헤지펀드에 대해 금융감독개혁법 시행 수수료 명목으로 향후 5년간 190억달러를 걷는다는 내용이다. 지난 25일 단일화 법안을 마련하면서 민주당이 막판에 끼워넣은 것이다.

단일화팀은 그러나 이날 수수료 부과 조항을 폐기하고 대안을 통과시켰다. 수수료 190억달러를 걷는 대신 오는 10월3일 만료될 기존의 금융권 구제금융 집행(TARP) 시한을 앞당기는 방법으로 110억~120억달러를 충당키로 했다. 여기에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자산 100억달러 이상인 은행들의 예금보장 수수료를 인상해 57억달러 정도를 징수하기로 했다. 이 같은 대안 마련에 반대의 목소리가 없진 않다. 공화당의 재무통인 저드 그레그 상원의원은 "구제금융을 전용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회계 처리"라고 비난했다.

사정이 어떠하든 단일화팀이,특히 여당인 민주당이 수수료 부과안을 폐기하고 대안을 마련한 것은 금융감독개혁 법안을 큰 틀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고육지책이다.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상원에서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공화당의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를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차단할 수 있는 슈퍼의석(60석)에 못 미치는 58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행정부도 수수료 폐기 및 대안 마련을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별도로 추진하는 은행세 부과 방안이 꼬일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정부는 향후 10년간 은행들의 비예금성 차입분에 0.15%의 세금을 부과해 총 900억달러를 걷겠다는 복안이었다.

유럽에서는 독일 정부가 은행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델스블라트는 "은행세가 부과되면 독일 은행들은 2~5%가량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김동욱 기자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