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각기 다른 취향과 기호를 가지고 있다. 취향에 따라 취미생활을 하거나 기호품을 이용하는 것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할 개인의 권리다. 담배도 대표적인 기호품 중 하나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태우는 이유나 그들이 담배를 태워야 할지 끊어야 할지를 두고 굳이 남들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담배를 좋아한다면 태우되 다른 사람,특히 비흡연자에 대한 예의쯤은 갖추어 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흡연하는 장소를 가려줬으면 좋겠다. 사적인 공간인 자기 집에서는 오히려 마음 놓고 담배를 태우지 못한다는 흡연자들의 하소연을 요즘 들어 부쩍 듣는다.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해가 된다. 간접흡연의 폐해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최소한 가정에서는 비흡연자의 혐연권(嫌煙權)이 강력하게 발동하고 비흡연자에 대한 배려도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법이 지정한 금연구역인 사무용 빌딩의 계단,공중화장실 등에서는 종종 담배꽁초가 발견된다. 일반인도 자신의 가족처럼 담배 냄새를 역겨워하거나 건강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배려가 아쉬운 대목이다. 금연 식당에서도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이 꽤 많지만 주인이 손님을 적극적으로 제재하기란 쉽지 않다. 사무실이나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담배를 태우면 부하 직원은 설령 알레르기가 있더라도 견딜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소위 강자의 논리인 셈이다.

흡연 후 뒤처리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일부 몰지각한 흡연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실내의 지정된 구역이나 실외에서 흡연을 한다. 실외의 경우 꽁초 버릴 곳이 마땅치 않을 때가 더러 있다. 하지만 손가락 한마디 길이밖에 되지 않는 담배꽁초 버릴 곳이 없다 해도 크게 당황할 일은 아니다. 담뱃갑이나 휴대용 통에 꽁초를 도로 넣으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보도나 화단을 보면 놀라곤 한다. 수시로 청소를 하는데도 볼 때마다 수많은 꽁초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다. 차 안에 재떨이가 있는데 창 밖으로 꽁초를 던지기도 한다. 그나마 길바닥은 치우기 쉬운 편이다. 건져내기가 어렵고 쌓일 경우엔 홍수나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데 기를 쓰고 하수구나 지하철 통풍구에 집어 넣는 사람도 있다. 아마 자기집 화분이나 배수구,환풍기에 꽁초를 버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필자는 타인의 흡연할 권리를 침해하거나 흡연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비흡연자의 혐연권 또한 보장돼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자격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 흡연이 타인에게 줄 수 있는 피해에 대해 인식하고 진심으로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할 때 비로소 흡연의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자격 있는 사람만 담배를 태울 때 사회도 성숙해질 것이다.

유흥수 LIG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hsyu7114@ligstoc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