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추진하는 헬스케어 사업이 속속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의료기기 진출을 신호탄으로 바이오 제약,진단의학 · 종합의료단지 · 장례사업에 이르는 종합 '라이프케어' 서비스의 진용을 갖춰가고 있다. 제약,예방 의학까지 아우른다는 점에서 GE와 손잡고 의료 장비 개발에 치중했던 1990년대 모습과는 규모와 비전 자체가 다르다.

◆3D 내시경 개발

삼성은 2020년까지 3조3000억원을 투자해 의료기기에서 10조원,바이오 제약에서 1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첫 작품인 혈액검사기를 내놓은 곳은 지난해 말 신설한 삼성전자 HME(Healthcare and Medical Equipment)팀이다. 삼성종합기술원과 손잡고 소형 혈액검사기를 개발했고, 가정에서 측정한 혈당 · 혈압 등을 병원에 원격으로 보내는 진단 단말기도 개발하고 있다.

3차원(3D) 내시경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장성호 삼성전자 상무는 최근 한 학술좌담회에 참석,"특허문제가 걸려 있고 아직 구체적인 기술을 확보한 게 없지만 제품 개발에 2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독자적인 내시경 개발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디지털 X-레이와 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MRI) 개발도 추진 중이다. 디지털 X-레이는 필름을 쓰던 과거 아날로그 방식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접목, 촬영 후 10초 만에 영상을 얻을 수 있는 방사선 진단기기다.

유헬스산업의 핵심 분야인 생체지표 측정 디바이스 개발에도 다시 착수했다. 삼성은 이미 2005년 혈당 혈압 심전도 체온 운동량(만보기) 등을 측정할 수 있는 휴대폰을 개발했다가 상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출시를 포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지식경제부에서 원격의료서비스산업 육성책을 내놓은 데다 관련 업계가 잇따라 새로운 디바이스를 개발함에 따라 기존 시제품을 업그레이드해 스마트폰에 장착하는 작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 분야는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이 총괄하고 있다. 복제약(바이오시밀러),신약 개발 등을 위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과 협력을 맺기도 했다.

삼성의료원은 삼성SDS와 손잡고 사람의 유전자를 분석,사전에 질병을 예방하고 최적화된 치료법을 개발하는 바이오인포메틱스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카메라 · 항공 장비 등을 만들며 쌓은 정밀 기술을 바탕으로 각종 진단기기를 개발 중이다.

에스원은 라이프케어의 마지막 단계인 장례 서비스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한마디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삼성 기술로 일생을 관리하는 라이프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삼성 관계자는 "기존 사업과의 연계성,글로벌 시장 창출 가능성,인류 삶의 질 기여 등을 기준으로 제약 · 의료기기를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했다"며 "반도체 사업에서 쌓은 정밀기술,디지털 기기에서 쌓은 생산 기술 등이 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재영입 박차

삼성은 인재영입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가장 역량을 집중하는 분야는 바이오시밀러다. 올 들어 제약업계에서 30명 이상을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순에는 미국 동북부의 재미교포 의생명과학자 모임인 NEBS(뉴잉글랜드 바이오 사이언티스트)를 찾아가 연구원 초빙을 위한 설명회도 가졌다. 이에 앞서 세계적 미국 바이오회사인 암젠의 민호성 박사가 삼성에 영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 박사는 항체에 단백질을 붙여 기능성이나 편리성을 높이는 분야의 전문가다.

삼성은 수년 내에 최소 3종의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중 표적항암제와 항원치료제(류머티즘 관절염 등 항원이 유발하는 질병에 대한 단백질 항체)를 최우선 상품화 대상으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청과 관련 업계를 대상으로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c-GMP) 적합 제조시설을 어떻게 갖출 수 있는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종호/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