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경영자의 70%가량이 가업을 물려줄 생각을 갖고 있지만 이 중 상당수는 세금 부담이나 수익성 악화 등으로 가업 승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국내 6826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1,2세대 가업승계 실태 조사에 따르면 가업 승계 의향이 있다고 답한 기업이 68.5%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중 후계자를 정한 기업은 48.3%에 그쳤다. 나머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거나(41.1%) 후계자감이 없다(10.6%)고 답했다.

경영 후계자를 정한 기업들도 실제 가업 승계 준비는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상 기업의 68.5%가 준비가 불충분하거나 아예 준비를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업 승계 대상으로는 자녀가 57.0%로 가장 많았고 전문경영인이나 임직원에게 물려준다는 답은 각각 7.2%,3.0%였다.

가업 승계의 가장 큰 걸림돌로는 상속세와 증여세 등 조세 부담이 꼽혔다. 경영자 중에서는 73.4%(복수응답)가 조세 부담을 1순위로 꼽았다. 또 사업의 수익성 악화라는 답이 29.3%로 뒤를 이었으며 후계자의 경영 역량 부족(17.1%),자녀들의 가업 승계 거부(5.7%),지분구조 복잡성으로 인한 승계 곤란(5.3%),후계자나 가족과의 갈등(3.8%) 순이었다.

원활한 가업 승계를 위한 정책 과제를 묻는 질문에도 상속세와 증여세 등 세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는 답이 83.3%로 가장 많았다. 또 가업승계 금융 지원 확충(27.0%),법률 경영 등의 컨설팅 지원(21.3%),후계자 육성 프로그램 마련(14.4%)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밖에 가업 승계를 '부의 세습'으로 보는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과 세대 간 의사소통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편 후계자가 갖춰야 할 자질로는 '경영철학과 기업가정신'이라는 답이 32.3%로 가장 많았고 리더십과 조직관리 능력,전문적 지식과 기술 등이라는 답도 10%를 넘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부에 가업승계 육성을 위한 정책 방안 등을 건의할 예정이다.

조병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산업화가 50년째에 접어들면서 가업 승계가 산업경쟁력 유지,발전을 위한 핵심 이슈로 등장했다"며 "가업 승계에 대해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동안 쌓아온 제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