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TV드라마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펀드를 만들어 드라마 제작사를 지원하고 있고 세금도 환급해 준다. 제작사에는 드라마를 방영할 수 있는 방송채널도 주선해준다. "(짜오후이 중국 쩐메이대 교수)

"한국에서는 정부가 방송 콘텐츠 수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시행하는 것은 없다. 방송채널 지원도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중국이 훨씬 앞서 있다. "(서장원 CJ미디어 상무)

지난 28일 중국 미디어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갖고 있는 베이징 쩐메이대.40여명의 양국 학자들이 처음으로 글로벌 미디어 육성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한국 측 참석자들은 토론이 거듭될수록 방송 콘텐츠 육성을 둘러싼 양국 간 정책 차이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글로벌 미디어기업 육성을 목표로 중국 정부가 파격적 지원에 나서고 있어서다.

중국은 다음 달 1일 드라마 제작 라이선스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은 132개 방송사나 독립제작사만 드라마를 만들 수 있지만 4057개 방송사들이 드라마 제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푼다고 했다. 중국 학자들은 이 정책에 큰 기대를 표시했다. 중국에는 드라마를 방영할 수 있는 방송채널이 1764개에 달해 독립 제작사들에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는 방송 시장 개방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중국 미디어기업을 정부 주도로 적극 육성하려는 정책의 하나일 뿐이다. 중국 관영방송 CCTV 프로듀서 출신인 린쩐위 쩐메이대 교수는 "중국 정부가 CCTV SMG 등 4대 미디어기업을 키우기 위해 30억위안을 지원키로 했다"며 "해외 미디어기업의 인수 · 합병 등으로 덩치를 불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미디어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 사냥에 나서는 셈이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국 측 교수들은 "무섭다" "중국을 너무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온라인게임 등 한국이 한발 앞섰던 문화콘텐츠 시장에서 뒤늦게 자본력을 키운 중국이 한국 게임회사를 사들이고 있는 것처럼 방송시장에서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박영태 베이징/산업부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