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람과 한국인은 잘 통한다고 한다. 술자리에서 술을 권하고 취하면 친구처럼 친밀해지는 것이 서로 비슷하다. 음식을 대접할 때는 먹고 남을 정도로 푸짐하게 내놓고,반대로 음식을 대접받을 때에는 비록 맛이 없더라도 상대방을 생각해서 억지로라도 먹는다.

양국민은 1000년 이상 오랜 기간을 유교문화 속에 살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고방식에서도 비슷한 점이 많다. 한국에는 베트남 신부가 3만여명이나 있는데 외국인 신부 중에서 적응을 제일 잘 하는 편이라고 한다. 연장자를 공경하는 문화 속에서 자란 베트남 여성들은 시부모를 잘 모시기 때문이다.

베트남 사람들도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상담을 하면서 여간해서 '노'라고 하지 않는다. 베트남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다고 해서 그것을 동의의 뜻으로 간주하면 안 된다. 그냥 상대방이 하는 말을 알아들었다는 표시일 뿐이다. 체면을 중시하고 자존심이 강한 것도 비슷한 점이다. 다수의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특정인의 잘못을 지적해 체면을 손상했다는 느낌을 주면 반발을 사기 쉬우며,때로는 물리적인 보복이 뒤따르기도 한다.

한국인과 잘 통한다고 느끼는 베트남 사람들은 자연히 한국과 한국 상품을 높이 평가하는 편이다. 한국은 경제발전의 벤치마킹 대상이고 한국산 제품은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비즈니스 문화는 우리와 다른 점도 많이 있는데,이를 간과해 애를 먹는 한국인들도 가끔 볼 수 있다. 우리편에서 호의적으로 대하면 상대방도 그렇게 나오겠지 하고 방심을 하면 안 된다. 중요한 사항은 반드시 문서로 계약을 하고 나중에 분쟁의 여지가 있는 것은 공증을 해 놓아야 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계약을 지키겠다는 의식이 그리 강하지 않다. 나중에 불가피한 사정이 생기면 변경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어떤 한국 기업은 공장 건설을 베트남 업체에 맡겼다가 곤욕을 치렀다. 한국 업체에 비해 20~30% 정도 낮은 가격을 제시한 베트남 업체에 시공을 맡겼는데,공정이 70% 정도 진행된 시점에서 원자재 가격 및 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20% 정도를 더 주지 않으면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떼를 썼다. 결국 돈은 돈대로 들고 공사를 마치기까지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베트남 기업인들은 공기나 납기를 맞추겠다는 의식도 약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베트남은 지반이 약하기 때문에 기초공사를 하기 위해 콘크리트 파일을 깊이 박아야 하는데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베트남 업체에 오더를 냈다가 제때 공급이 안돼 애를 먹은 사례도 있다.

베트남 비즈니스에서도 인맥 구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고위층이나 유력자를 안다고 만사가 해결된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아무리 고위층에서 긍정적인 언질을 줬어도 실무자를 통해 필요한 절차를 다 마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현지 고위층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개발 프로젝트의 착공식을 하고 언론에 기사가 크게 나와도 실무자는 그저 참고만 할 뿐이며,특별대우를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중요한 인 · 허가 건의 경우 실무자로부터 고위층까지 결재 라인에 있는 모든 사람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윗사람이 지시하면 어떻게 하든 봐주려고 하는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