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1978년에 인천 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어이없게 도면을 잘못 읽어 금메달을 따지 못했습니다.그 때의 뼈아픈 경험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6월의 ‘이달의 기능한국인’ 선정한 서정석 법일정밀 대표(51)는 이같이 말하면 “시련은 있게 마련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냐는 것”이라며 “어려움 앞에 주저앉기 보다 이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서 대표는 10여년이 넘는 연구 끝에 전량 수입하던 초음파 금속용착기기 혼(HORN) 가공 및 열처리공법 등의 제조과정을 국산화시킨 주역이다.서 대표가 운영하는 법일정밀은 연 매출 12억여원의 작은기업이다.하지만 초음파 금속용착기기 및 금속 용착 혼 등의 제조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으로 꼽힌다.

충남 홍성 출신의 서 대표는 20대 초반이었던 1977년 인천 직업훈련원에 입학했고 이후 1996년 지금의 회사인 법일정밀을 창업해 초음파금속용착기술 개발에 도전했다.초음파금속용착기기는 니켈과 구리,알루미늄과 니켈처럼 다른 종류의 두 금속을 용착시키는 기계로 예전에는 수공으로 납땜처리를 하던 작업이었다.그러다보니 납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는 환경을 오염시켰고 인체에도 해로웠다.이를 보완한 것이 초음파를 이용한 용착 방법이었는데 이미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지에서 개발된 상태였고 1990년대 초반 당시 우리나라는 초음파 금속 용착 기기 전량을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터무니없는 기기 가격에 서 대표는 제조공정 국산화를 위해 연구개발에 들어간다.서 대표는 “개발하는 동안 실패도 많았고 국내업계에 초음파 금속용착 혼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하지만 오랜 연구와 실험 끝에 2008년 2월, 초음파 금속용착 기기 및 혼의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개발로 수입품에 비해 70% 저렴한 국산 초음파 금속용착 혼을 판매하게 되었고 2차 전지 제조업체인 삼성 SDI,LG화학과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 등 30여개 기업에 납품하면서 연간 3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냈다.

서 대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기능장 자격취득과 기계가공 분야에서 실력을 쌓기위해 2008년 한국폴리텍 대학 컴퓨터응용기계과 기능장과정에 입학했고 졸업과 동시에 기계가공기능장 자격을 취득했다.현재는 인천대학교 기계공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박사학위까지도 딸 생각이다.서 대표는 “현장에서 쌓은 진짜 경험을 바탕으로 논문을 쓰고 있다”며 “그동안 업계에서 쓰여진 논문들은 현장 경험이 아닌 짜깁기가 많아 이 논문으로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기능인 후배들에게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서 대표는 한국폴리텍대학 학생들의 기술지도와 직업진로교육도 하고 있다.서 대표는 “많은 공고 학생들이 취업보다 대학진학을 선호하지만 대학 진학이 인생의 통과의례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며 “젊은 후배 기능인들이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열정을 불태울 때 기능한국의 위상이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