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반기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꼽고 있는 것은 물가다. 금융위기로 성장 잠재력이 훼손돼 잠재 성장률이 3%대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실제 성장률이 5% 후반대에 달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수준이다. 물가 안정 목표 범위(2~4%)의 중간치다. 지난 5월까지는 2.8%(전년 동기 대비)로 안정세였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총수요 증가와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물가 불안 요인이 커질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물가 안정을 위해 9월까지 '지속 가능한 구조적인 물가 안정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기간(2~5년) 적용할 공공요금의 가격 상한을 미리 정한 후 인상폭을 줄이는 '중기(中期)요금협의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가격 상한은 정부와 해당 공기업이 협의를 통해 정한다.

정부는 또 6개 품목에 대한 공공요금 원가를 7월 중 공개하기로 했다. 전기 가스 상수도 고속도로 철도 우편요금 등이 대상이다. 이 가운데 전기 가스 요금의 경우 해당 공기업이 적자를 내는 상황이어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윤종원 기획재정부경제정책국장은 그러나 "인상하더라도 해당 공기업의 경영 효율화를 강하게 주문해 인상 요인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요 생활필수품 가격 안정을 위해 국내외 가격차 조사도 이뤄진다.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서 산업 집중도가 높은 품목이 대상이다. LCDTV 아이폰 생수 게임기 맥주 우유 샴푸 세제 등이 대표적이다. 주요 11개국의 물가와 차이를 조사해 격차가 큰 품목은 가격 상승을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또 라면 두부 설탕 등 80개 생필품 판매 가격 정보 공개도 확대된다. 현재는 전국 7대 도시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판매되는 생필품을 대상으로 하지만 앞으로 지자체의 공공요금과 서비스요금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특히 지역별 최저가격 정보를 우선 공개하고 특정 물품의 가격이 싼 지역 정보를 '지도서비스'를 통해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가 우려하는 또 다른 위협 요인은 부동산이다. 가격은 하향 안정세지만 주택 거래 위축과 건설사 및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회복되는 경제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 현재로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출 규제와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으로 인한 전반적인 하향 안정세로 보는 게 맞다는 것이다. 경기 회복세와 풍부한 시장 유동성,주택 보급 여건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급락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이에 따라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별도의 대책은 내놓지 않기로 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는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다만 거래 부진과 지방 미분양 주택으로 인한 PF 부실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실수요자의 거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보완 방안을 검토해 내놓기로 했다. 예컨대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신규 주택에 입주를 못하는 경우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DTI 한도를 완화시켜주는 방안의 확대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전 · 월세 거래정보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도시형 생활주택 등의 도심 지역 내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또 다주택 보유자의 양도세 중과를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낮추기로 했던 것을 연장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할 계획이다. 3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자의 경우 주택을 팔 때 매매 차익의 60%(2주택자는 50%)를 양도세로 물어야 했으나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해 4월 임시국회에서 부담을 낮춰주는 안을 마련해 통과시켰다. 비투기지역 다주택자는 기본세율(6~35%)을 적용하고 투기지역(서울 강남 3구) 다주택자의 경우 기본세율에 10%포인트의 가산세율을 붙이는 식으로 부담을 낮춰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키로 했다. 양도세 중과에 따른 부담으로 오히려 주택 거래가 침체되는 등 시장 왜곡 효과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부는 관계 부처 및 전문가들과 양도세 중과제도 완화의 시행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일몰 연장 여부를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