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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화학적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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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중국에는 5가지 극형이 있었다. 목숨을 빼앗는 사형,발뒤꿈치를 자르는 월형,코를 베는 의형,얼굴 팔뚝 등에 죄명을 새겨넣는 경형,거세를 하는 궁형 등이다. 고전 역사서 '사기'를 쓴 사마천은 궁형을 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흉노와 전쟁에서 패한 장수를 변호하고 나섰다가 한무제의 진노를 산 탓이다. 목숨을 끊으려는 생각도 했지만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 살아남았다고 한다.

    거세 당한 몸으로 궁중이나 권력자 밑에서 일하던 사람을 환관이라 했다. 중국에선 기원전 1300년께 갑골문자에 환관에 대한 기록이 보이고,그 후에도 긴 세월 권력 주변에서 힘을 발휘했다. 우리나라에도 고려 공민왕 때 121명,조선 성종 때 140명,순조 때 335명의 환관이 존재했다고 한다. 중세 가톨릭 성당에서는 합창단원이 젊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유지하도록 변성기 이전에 거세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들을 '카스트라토'라고 불렀다.

    궁형까지는 아니지만 요즘도 적지 않은 나라가 일시적 거세 효과가 있는 형벌을 도입하고 있다.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한 '화학적 거세'다. 덴마크 스웨덴 독일 등 유럽 각국과 미국 8개주에서 시행중이고,폴란드는 이달 초 법안을 발효시켰다. 체코,미국 텍사스주 등에서는 아예 물리적 거세까지 한다.

    화학적 거세는 성욕을 유발하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여성호르몬제를 주사하거나 남성호르몬 분비를 막는 약제를 쓴다. 투입을 중단하면 정상으로 돌아가지만 호흡곤란, 생식기능 저하, 불면증 같은 부작용과 인권,비싼 비용(연 300만원) 등의 문제가 따른다. 감형 등 인센티브를 줘 자발적으로 선택하게 하는 나라가 대부분이나 폴란드는 강제로 시행한다.

    우리나라도 상습 성폭력 범죄자와 성도착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화학적 거세 제도가 도입될 모양이다. 당정이 국회에 계류중인 '화학적 거세법안'처리를 추진하고 성범죄자의 DNA정보 데이터베이스도 조기 구축키로 했다고 한다. 작년 경찰에 신고된 강간 사건이 1만215건,아동 성폭행도 1017건에 달했다. 성범죄 신고비율이 6~7%라고 할 때 매년 10만여명의 여성이 피해를 입는 셈이다. 조두순 김길태 김수철 같은 인면수심의 강력범도 갈수록 늘고 있다. 화학적 거세는 처벌인 동시에 치료 효과도 있다니 도입을 더 미룰 이유가 없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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