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업들이 방송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며 잇달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케이블TV에 이어 최근 10년 새 위성방송,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인터넷TV(IPTV) 등 매체가 늘어나고 이들 사이에 치열한 콘텐츠 확보전이 펼쳐지면서 교육기업이 콘텐츠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많아진 것이 배경이다. 교육업체로서는 기존 교육상품을 다양하게 재가공해 유료로 판매할 수 있어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의 성공사례로도 꼽히고 있다.

◆케이블 영어채널 VOD 성장

어학원으로 잘 알려진 정철인터랩이 지난해 10월 개국한 영어채널 '정철영어TV'에는 스타강사 출신인 정철 이사장이 직접 방송에 출연하는 등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회사 측은 다시보기(VOD) 유료 이용자가 최근 하루 1200명을 넘어서는 등 사업 초기 안착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민 정철미디어 기획실장은 "유아 · 초등 프로그램을 철저히 특화해 내년에는 연 매출 50억원을 달성,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학습지업체 재능교육은 어린이채널 'JEI재능TV'와 영어채널 'JEI잉글리시TV' 2개 방송을 보유하고 있다. 재능TV가 애니메이션 편성 비율이 높은 반면 잉글리시TV는 100% 영어 교육물만 내보내는 상반된 전략을 펴고 있다. 잉글리시TV는 올초 인터넷으로 강의 VOD 패키지를 출시했는데 반 년 만에 판매 실적이 월 1만5000건을 돌파했다. 양수경 재능스스로방송 편성기획팀장은 "잉글리시TV는 광고보다는 수신료와 VOD 등 콘텐츠 판매가 수익모델"이라며 "기존 재능TV 인력과 장비로 두 채널을 함께 제작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기에 이런 전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DMB · IPTV에서도 활약

영어교육업체 청담러닝은 지난달부터 '잉글리시 테이크아웃' 프로그램을 제작해 YTN DMB 채널에 공급 중이다. DMB의 황금시간대인 출 · 퇴근길(오전 7시45분,오후 7시50분)에 하루 두 차례씩 내보낸다. 이 프로그램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잉글리시 빈'을 재가공한 것으로,당초 7월 말까지 예정된 파일럿(시험) 방송이었지만 직장인 반응이 좋아 YTN 케이블 채널로도 확대 편성을 앞두고 있다. 최준혁 청담러닝 스마트러닝사업부 이사는 "시사 이슈를 활용한 새 영어 교육 포맷을 완성해 가입자 기반을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방송과 연계한 수익모델을 정립하고 시장성을 검증해 보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솔교육 관계사인 한솔디케이는 KT,SK브로드밴드,LG텔레콤 등 3개 IPTV 사업자에 900건의 '재미나라' 콘텐츠를 공급해 유료회원 2만명을 확보했다. 대교도 IPTV용 콘텐츠 4000건을 제공하고 있다. IPTV가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데다 저연령층은 PC보다 TV에 더 친숙하다는 점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지은숙 SK브로드밴드 매니저는 "교육 프로그램은 학부모 고객이 가장 쉽게 지갑을 여는 콘텐츠"라며 유료 VOD 시장에서 교육물 판매 실적이 가장 우수한 편이라고 밝혔다.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 필수"

방송사업은 원소스 멀티유즈를 추구하는 교육업체엔 중요한 연결고리다. 청담러닝의 경우 DMB와 케이블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콘텐츠-통신-방송을 잇는 3각 융합 구도를 완성한다는 포석이다. 정철인터랩은 TV사업을 인터넷인 정철닷컴 및 전국의 오프라인 어학원 300여곳과 연계해 교재 판매,인터넷 강의까지 강화할 계획이다.

이런 전략은 한편으론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에 가깝다. 교육방송 시장에는 EBS라는 공룡이 버티고 있다. 또 교육채널은 시청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송사만큼 광고 수익을 기대할 수도 없다. 결국 교육기업들은 입시생을 제외한 유아 · 초등생,아니면 성인 중에서 명확한 타깃을 설정하고 기존 교육 콘텐츠를 다양한 방법으로 공급해야 살아남는다는 얘기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