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 편입이 또다시 좌절됐다. MSCI 측은 "한국은 여러 면에서 선진시장 조건을 만족했으나 모든 요건이 충족되지는 않았다"며 "국제 기관투자가들은 시장 접근 이슈에서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두 번 연속 고배를 마신 선진지수 편입은 내년 6월에나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MSCI 지수는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와 함께 양대 벤치마크 지수다. 두 지수 모두에서 선진시장 편입은 금융분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에 비견된다는 점에서 편입이 좌절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보다 1600~1700포인트 언저리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코스피지수가 한 단계 레벨업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실제 지난해 한국 증시가 FTSE 선진지수로 격상되자 하반기에만 15조원이 순유입돼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사실 올해 MSCI 선진지수 편입 불발은 이미 예견됐다. 역외 외환시장 부족, 경직적인 외국인투자 등록제, 코스피 200 실시간 데이터 사용제한 등 지난해 MSCI 측이 개선을 요구했던 3대 쟁점 중 그간 시정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외환시장이나 외국인투자 문제는 보다 큰 정책적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개선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코스피 200 데이터를 제공하는 한국거래소 측은 "선진지수 편입과 시장정보 제공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정부와 한국거래소 모두 선진시장 편입에 미온적이었다는 얘기다.

물론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선진시장 편입이 전만큼 다급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선진시장 투자자금은 장기로 블루칩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변동성 높은 우리시장 안정에 큰 도움을 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 거래소 모두 팔짱만 끼고 있을 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세계 17위인 한국증시가 재정위기 주범인 그리스 포루투갈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일이 계속돼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