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체들은 레이싱을 연구개발(R&D)의 한 과정으로 생각한다. 대부분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연구소에서 개발한 새로운 기술을 자동차 레이싱을 통해 시험한 후 이를 다시 양산차에 활용한다. 신기술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시험해 보는 것이 레이싱 대회 출전의 목적 중 하나라는 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설명이다.

공신력 있는 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할 경우 새로 사용한 기술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아우디가 2006년 르망24에 처음 들고나온 TDI(직분사방식) 디젤 엔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우디는 이 엔진을 단 머신으로 우승을 차지,고출력이 필요한 레이싱용 차량은 휘발유를 써야 한다는 통념을 깼다. 현재 TDI 기술은 아우디와 폭스바겐 양산차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 알루미늄 소재 엔진,탄소섬유 섀시 등도 레이싱용으로 개발돼 상용차로 옮겨간 기술로 꼽힌다.

볼프강 울리히 아우디 모터스포츠 최고임원은 "기술부서 산하에 레이싱팀 운영 조직을 두고 있다"며 "레이싱차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부터 해당 기술을 양산차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스바루도 레이싱용 차량과 양산차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WRC(월드랠리챔피언십)에 출전한 임프레자 시리즈는 디자인과 성능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양산차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레이싱 대회에 출전한 차량과 엇비슷한 성능을 유지한다는 점 때문에 임프레자 시리즈를 선택한 소비자들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볼보는 미래 그린카 개발의 일환으로 월드 투어링카 챔피언십(WTCC)에 대체 연료 차량을 출전시키고 있다. 볼보 차량은 휘발유가 아닌 'E85'라는 연료를 쓴다. 에탄올 85%에 휘발유 15%를 섞어 출력을 테스트 중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볼보 관계자는 "친환경 에탄올 탱크를 장착하면 일반 가솔린 차량에 비해 42~45㎏의 무게가 늘어나 레이싱에 불리하지만 출전 대회에서는 늘 선두권을 유지한다"며 "그만큼 대체 연료 엔진 기술이 뛰어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