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과 실행력 우수한 '한국의 톱 10'

BSC(Balanced Scorecard · 균형전략실행체계) 국내 적용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웨슬리퀘스트는 지난 4월부터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대한민국 전략실행력 지수 조사'를 진행하면서 '전략 자체가 우수한 조직'과 '전략 실행력이 우수한 조직'에 대한 설문도 함께 실시했다. 대부분의 기업이나 조직이 전략을 수립해 실시했지만 효과적으로 실행되지 않아 기대만큼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가정하고 한국의 경우에도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그렇다면 어떤 이유 때문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전략 자체와 전략 실행력으로 나눠 설문을 진행했다.

웨슬리퀘스트와 한경은 '국내 민간 기업이나 공공기관 가운데 우수한 전략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이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고 그와는 별도로 '전략을 실행하는 능력이 우수한 조직'에 대해서도 물었다. 설문 결과(설문대상 302명)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조직은 <표1>과 같다.

삼성전자 포스코 한국전력 LG전자 현대자동차 KT 두산중공업 등이 전략과 전략실행력 모두에서 우수한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 KOTRA LG디스플레이 등은 좋은 전략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현대카드 인천공항 LG화학 등은 전략실행력이 우수한 조직으로 평가받았다.

#전략 실행력은 빠른 결정력이 좌우

먼저 전략이 우수한 '톱 10 조직'의 선정 근거를 분석해 보면 재무적인 성과가 탁월한 조직을 전략이 우수한 조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대기업이면 전략도 우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받은 삼성전자가 이 두 요소가 반영된 대표적인 경우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도 전략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톱10'에 포함된 조직들은 모두 세계 시장에서 우수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또 최근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창출한 기업의 경우도 우수한 전략을 보유한 조직으로 인식됐다. 한국전력과 두산중공업이 대표적인 경우로 해외 원전수주로 인한 효과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수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최고경영자(CEO) 리더십,핵심 인재에 대한 투자,조직문화 등 무형 자산의 중요도에 대해서는 전략 우수조직 선정 때 주요 요소로 언급되지 않았다. 틈새시장에 숨어있는 강자로서 탁월한 전략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들이 분명 존재하지만,이들이 좋은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략 실행력이 우수한 것으로 꼽힌 10개 조직의 가장 많은 공통 요소는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였다. 이의 연장선에서 CEO 리더십이 전략 실행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많은 사람이 응답했다. 전략 수립을 위해 많은 조직에서 담당 인력을 배정하고 프로세스가 존재하는 등 제도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리더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카드와 KT의 경우는 마케팅 능력에서 눈에 띄는 활동이 곧 전략 실행이 우수하다는 인식을 심은 것으로 분석됐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 전략실행력이 우수하다고 판단하는 것과 연계되며,전략 실행이 우수한 조직으로 B2C 기업이 많이 선정되는 것과도 연관성이 깊다. 설문응답자가 소비자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산중공업과 같은 B2B 기업의 경우는 CEO의 개인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마지막으로 사업영역의 확장이나,미래사업 준비가 잘 되는 것도 실행력이 우수하다고 인식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실행력 수준 심층 점검

고객의 관점에서 전략과 전략실행이 우수한 기업을 분석해 봤지만 외부 인식만으로 전략과 전략실행력이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좋은 전략과 성공적인 전략실행을 위한 구조와 각 분야의 세부 영역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BSC 창시자인 로버트 캐플란 하버드대 교수가 2008년 만든 통합 전략실행체계인 XPP(eXecution Premium Process · 전략실행 프리미엄 프로세스)는 전략의 수립과 실행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모델로서 기존 BSC의 확장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이 모델을 자세히 살펴보자.<그림 1 참조>

우수한 전략실행체계는 전략 자체의 높은 품질이 선행돼야 한다. 우수한 전략은 기업의 미션,핵심 가치,비전을 반영하고 있으며 장기와 단기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특히 내 · 외부 환경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

최근 금융위기 등 외부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리스크도 전략 수립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전략 개발 과정에서 비전을 정량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막연히 '세계 최고가 되겠다'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표현하는 것 보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2020년까지 수익률이 가장 높은 기업이 되겠다'와 같이 언제까지 어느 수준이 되겠다고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함으로써 조직의 전략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조직원들에게 전략에 대한 참여도와 몰입도를 높이는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수립된 전략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BSC를 활용한다. 전략체계도를 통해 전략의 완성도 및 전략 간 인과관계를 검증한다. 또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 핵심성과지표) 및 목표치 부여를 통해 전략의 달성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를 만들게 되며,실행과제를 선정하고 배치함으로 전략의 우선순위를 부여하게 된다.

세 번째 전략정렬 단계는 전사의 전략을 사업부(SBU) 및 지원조직과 연계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에서 전사 전략이 하부조직과 연계되지 않아 부분 최적화나 부서 이기주의 현상에 빠져 최선의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사 전략을 하위 부서와 연계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와 같은 전략과 조직의 정렬은 전략실행 우수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 간 차이가 가장 큰 영역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네 번째 단계는 운영계획과 전략을 연계하는 것이다. 품질관리계획,프로세스 개선계획,영업계획을 전략과 연계하는 작업이 이 단계에서 진행되며 최종적으로 예산 및 주요 자원 분배의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다섯 번째는 전략실행 과정과 결과를 모니터링하는 단계다. 전략은 과거와 현재에 조직을 둘러싼 내 · 외부 환경을 분석,미래를 예측하는 가설로 구성돼 있다. 그러므로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을 모두 예측,반영한 완벽한 전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가설이 맞는지,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조직 내 · 외부에서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점검해야 한다. 실제 우리나라 조직 가운데 최소 분기별로 성과를 모니터링하는 조직이 1년 단위로 모니터링하는 조직보다 실적이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지막은 전략을 검증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단계다. 전략 수립부터 모니터링 단계를 진행하면서 목표한 성과를 달성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전략에 문제가 있었는지 아니면 전략은 우수했지만 실행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또한 조직 내 ·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요소도 추가적으로 반영해 한 단계 높은 전략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전략과 실행계획의 연계가 중요


이번 웨슬리퀘스트와 한경의 '대한민국 전략실행력 지수 조사' 설문 응답결과를 기초로 우리나라 조직의 XPP 6 단계별 수준을 100점으로 환산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그림 2 참조>.

설문에 참여한 조직들은 전략 개발(66.38) 및 전략 구체화(68.66) 영역에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운영계획 수립(63.41) 모니터링과 학습 영역(63.61)은 보통 수준,전략과 조직의 정렬(61.31) 및 전략에 대한 검증과 업그레이드(59.37) 영역이 가장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의 조직이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구체화했으나,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정렬 수준이 낮고 환경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정종섭 웨슬리퀘스트 대표